미국의 외교정책을 공식화한 외교관을 들라면 1950년대 국무장관을 지낸 존 포스터 덜레스(John Foster Dulles)를 꼽게 된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아래에서 제52대 국무 장관을 지내면서 강력한 공산주의 반대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은 그와 프린스턴 동문 관계를 잘 활용해서 미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덜레스 장관을 통해서 풀었다.
그는 1949년 뉴욕주 연방 상원의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잠시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함으로써 정치인의 경력도 있다. 제2차 대전을 마무리하는 중심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로 국제적 명성이 높기도 하다.
덜레스 국무장관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답게 청교도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1954년 제네바에서 유엔회의가 개최되었다. 제네바 회의 도중 중국의 주은래 수상은 제네바 소재 국제연합(유엔) 유럽본부의 한 회의실에서 덜레스와 우연히 마주쳤다. 주은래는 화해의 표시로 덜레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덜레스는 주은래가 내민 손을 외면하고 회의장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선한 청교도는 악마인 공산주의자와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이후 국제외교가의 많은 전문가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왜냐하면 ‘만약 덜레스가 화답했다면’ 이란 가정 때문이다. 그날 거기서 중국의 주은래 수상과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이 회동했다면 베트남 전쟁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5만8,000명의 미국인과 300만 명의 베트남 사람이 사망한 전쟁의 결과를 숙고해 보면 반복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1월.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미국의 결정이 거의 임박했을 때였다. 후세인의 정보기관은 레바논 계 미국인 사업가인 이마드 하게(Imad hage)씨를 미국에 파견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의 요구조건을 다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백악관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마드 하게가 미국으로 갖고 온 보따리엔 세가지 내용이 들어있었다. 첫째, 이라크 내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미국의 무기전문가 뿐만 아니라 2,000명의 FBI 요원들을 받아들이겠다. 둘째, 유엔의 감시 하에 선거를 치르겠다. 셋째, 1993년 국제무역센터를 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원을 미국에 넘기겠다.
그러나 이 제안이 백악관에 전달되었을 때엔 이미 부시 행정부의 전쟁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돌이킬 길은 없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시작된 전쟁은 만 9년 만에 끝이 났다. 2011년 11월 미군이 마지막 철수를 했다.
참전 미군 총 150만 명, 그중에서 4,500명이 전사했다. 3만 명이 부상을 당했고 최소 1조 달러의 전쟁 비용을 썼다. 지금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장병이 하루 18명꼴로 자살을 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전투 희생자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찍이 ‘어리석은 전쟁’으로 규정한 것에 반론이 없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심은 성과에 비해 미국의 이미지 추락과 인명 및 경제적 손실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공격을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막을 수 있는 전쟁을 불가피하게 수행했다는 것은 너무나 야만스럽고 천박한 정치 행위다. 정치인이 정치하듯 전쟁을 수행했다. 신 앞에서 전쟁을 일으킨 죄 보다 더 중죄는 없다. 그것이 십자군 전쟁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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