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도전적인 과목을 택해 좋은 성적을 받아라” 올 가을 9학년이 되는 학생들은‘꿈의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4년간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요즘의 대학 입시 트렌드를 볼 때 교사 및 카운슬러 추천서의 비중이 줄어들고 에세이 및 과외활동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아카데믹 커리큘럼’이다. 고등학교 때 어떤 과목들을 택하고 얼마나 뛰어난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첫 해인 9학년부터 본게임을 치른다고 생각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12학년 봄 학기까지 전력 질주해야 한다. 명문대 입시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아카데믹 커리큘럼 전략을 알아봤다.
영어 책읽기 통해 비판적 사고 키워야
외국어 최소 하나는 유창하게 만들도록
작문 글 자주 쓰고 주변에 평가 부탁
수학 다양한 응용문제에 익숙해져야
■ 키워드는 ‘가장 도전적인 과목들’
“학문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과목들을 택하라” (Choose the most academically demanding courses you can find.)
하버드 대학이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들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물론 어떤 과목들을 택하는 것이 좋을지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처한 상황, 즉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고등학교마다 특성과 장단점이 있고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와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은 현실이라는 장벽에 막혀 대학 입시에 필요한 고급 강좌들을 수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제시하는 커리큘럼 가이드는 ‘이상적인’ (ideal) 것이지 하버드 또는 다른 명문 사립대 합격을 보장하는 공식(formula)은 아니다.
고등학교 커리큘럼을 현명하게 짜면 입학경쟁이 치열한 대학에 합격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터프한 학업을 무리 없이 소화해낼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 영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교 4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영어’과목을 해마다 택한다. 코스마다 내용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옵션 중 어떤 클래스를 수강해야 할지에 대해 학생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명문대 입학 문을 뚫으려는 학생이라면 영어 클래스는 책 읽기를 통해 비판적·분석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클래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잘 알려진 소설가, 시인, 극작가들의 작품을 최대한 접할 수 있는 강좌가 바로 그것이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 올 무렵 책 읽기가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를 기대한다. 고등학교에서 요구한 리딩 수준을 뛰어넘기를 바라는 것이다. 책을 최대한 많이 읽고 작품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작가를 골라 그들의 작품들을 리서치하는 습관을 기른다.
시집을 좋아한다면 안에 든 다양한 시를 통째로 외어 머릿속에 저장하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한다.
2.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최소 한 가지 외국어를 쉽게 읽고 정확히 발음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어를 알면 해당 국가의 문화 속에 들어가 다양한 아이디어 및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어와 구문을 익혀 그 언어로 된 소설, 시, 잡지, 연극대본을 자유롭게 읽는 것을 뜻한다. 고교시절 하나의 외국어를 매스터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뒤 외국어 클래스를 추가로 수강하며 특히 고등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언어에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스패니시 2년, 라틴어 1년, 프랑스어 1년 등 몇 개의 외국어를 택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단 한 개의 언어도 유창하게 습득하기가 힘들다. 학생들은 한참 늦었을 때 이를 깨닫는다는 것이 문제다.
가능하면 한 개의 언어를 선택, 4년 동안 문학을 포함해 그 언어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권장한다. 외국어는 연속성이 중요한데 언어를 배우는 것을 1년 정도 중단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본인이 편안하게 느낄 정도로 유창성을 확보하면 언어가 소속된 문화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평생 자산이 된다.
3. 역사
역사 공부는 교양과목의 기초로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뼈대를 구성한다. 고교졸업을 위해서는 미국 역사만 택하면 되지만 여기서 멈추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 넓은 시각으로 현대사회를 바라보고 과거 유산과 우리 시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역사에 대한 심층 탐구가 필요하다.
유럽은 현대사회가 탄생하는데 기초를 닦은 주요 아이디어 및 제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유럽 역사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개념, 국수주의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배우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그치지 않고 왜, 어떻게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 지에 대해 알게 된다.
미국 역사, 유럽 역사 외에 고대 역사,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역사에 집중하는 세 번째 클래스를 택할 것을 추천한다.
4. 작문과 리서치
대학에서는 분석을 요하는 글을 많이 쓰게 된다. 리서치를 페이퍼를 작성할 때는 학생 본인보다 특정 토픽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작가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식적인 질문들을 마음속에 두고 글을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1776년 미국 내 영국 식민지들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논문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났을 때 캐나다로 피난을 간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캐나다 어디로 갔는가?”“ 영국으로 간 사람들도 있었는가?” 같은 질문들이 나올 수 있다.
목적의식과 호기심을 갖고 작품을 읽으면 요점을 정리하기도 쉽고 제각기 다른 저자들의 의견을 비교한 뒤 이로부터 자신의 견해를 도출해낼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 신입생이 되기 전 작품 속 구절을 인용하고 다른 말로 표현하는 일에 능숙해져야 한다. 이런 스킬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학에서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자주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잘 쓰게 되는 지름길이다. 매일 저널을 쓰는 등 꾸준히 글을 쓰면 작문실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쓴 글을 친구나, 가족, 교사가 읽어보도록 권하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꼭 거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비평가 및 편집자가 되는 것이다.
5. 수학
대학에서 어떤 과목을 전공하든, 대학 졸업 후 어떤 커리어에 발을 들여놓든 수학은 자연의 이치와 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으로서 과학과 공학, 인문사회학 등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갈릴레오에 따르면 수학은 자연의 책(book of nature)이 쓰여진 언어이다.
그 중요성을 감안해 고등학교 4년동안 수학은 한해도 거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단순히 수학 강의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어떤 공식이 주어지면 왜 그런 공식이 진리이며 공식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지 자문해 본다. 수학에서 키워드는 ‘질문’이다. 암기위주가 아닌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수학 클래스는 어려운 질문들, 특히 다양한 응용문제들을 접할 수 있는 클래스 위주로 커리큘럼을 짠다. 난이도 높은 문제들과 씨름하는 능력이 공식이나 관계에 대한 지식보다 더 가치가 있다.
알지브라, 그래프, 함수에 정통하다고 판단되면 고등학교 때 미적분학(Calculus)까지 택하도록 한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기초 수학, 물리학, 화학 클래스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수 있다.
6. 과학
자연과학은 우리가 관찰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일으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때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과학자, 엔지니어,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학생들도 고등학교에서 일정기간 과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는가?”“생명이란 무엇인가?” “기억과 의식은 무엇인가?” “수정란이 어떻게 아기로 발전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흥미롭지만 이에 대한 답변 역시 질문들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실험하고,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각종 현상들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화학, 물리학, 생물학을 포함, 4년간 과학을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 3과목을 마친 뒤에는 이 중에서 한 과목을 고급 클래스로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심리학, 천문학, 지질학, 인류학 등은 기존 세 과목을 대체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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