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이니까, 55년 전이다. 김일성이 북경을 방문하자 주은래는 조- 중(朝-中) 관계를 ‘이(齒)와 입술(脣)과 같은 관계’로 표현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란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두 나라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이 고사성어는 사실이지 북경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 개념을 이루어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 가운데 모택동은 결단을 내린다. 한국전에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역사의 되풀이, 다시 말해 일본이 재무장과 함께 한반도를 통해 대륙에 진출하는 일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계산에서 출병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순망치한의 이론’은 한반도 전략에 있어 하나의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됐다. 북한은 중국으로서는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완충지대라는 것으로, 여기에서 발전한 것이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라는 논리다.
그 북한이 ‘미친개 전략’에 따라 무모한 도발을 한다. 그 경우 순망치한의 전략은 묘한 변형을 꾀한다. 조지프 보스코 같은 전문가는 그 변형된 모습을 ‘평양과 북경의 튜 스텝 댄스’로 묘사한다.
미사일일 쏴대거나, 핵실험을 한다. 전 세계가 경악한다. 그러면 중국은 정해진 일종의 의식(儀式)화 된 역할을 찾아 나선다. 엄숙한 표정을 짓고 그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얼마 안가 ‘모든 관계 당사자가 냉정을 찾을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당사자 인 양 나선다.
말리고 나무라는 척 하지만 어떤 망나니짓을 하든 궁극적으로는 북한 편이다. 매번 정해진 수순의 의식으로 평양과 북경은 함께 튜 스텝 댄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망치한의 논리를 가장 신봉하는 세력은 중국의 군부다. 또 전통주의자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 내 기득권층이다.
순망치한의 전략은 그러면 중국의 국가적 이해에 얼마만큼 도움이 됐을까. “꽤나 도움이 되고 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라는 일본의 한 시사전문가의 주장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감옥에 처넣었다. 그게 중국의 인권상황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인권억압상태를 감안하면 류샤오보 같은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희망이 있어 보인다. 꽤나 이질적인 국가다. 그 중국이 그 비판을 피하는데 북한은 더 없이 편리한 존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와카미야의 비아냥은 그렇다고 치고, 다시 같은 한 번 질문을 던져 본다. ‘그래서 얼마나 중국에 도움이 됐나’-.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어던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에 희망적인 지정학적 반향을 몰고 왔다. 독도문제로,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던 한국과 일본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잇는 3각 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되살리고 있다.”
디플로매트지의 분석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동아시아의 안보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그 정황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새삼 주목을 받게 됐다. 안보문제에 있어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회복되고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지역 미사일방어계획(MD)도 탄력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에서, 또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화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일련의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하나 같이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북한의 핵무장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의 핵도미노현상을 불러온다는 시나리오는 특히. 미국을 몰아내고 동아시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은 신기루가 될 수도 있으니까.
결론은 무엇인가.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이다. 감싸주고, 또 수 십 억 달러를 퍼주고 중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거짓말에, 모욕에, 도발이다. 북한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소리다.
‘순망치한의 논리’가 중국의 이해에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툭하면 말썽이나 부리는 북한을 사회주의 형제국가로 특별 대접을 한다. 그 되지도 않은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낡아빠진 지정학적 관념은 득이 아닌 화만 불러오고 있다는 비난이 한 편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누구를 향한 시그널인가. 미국과 한국인가. 아니면 군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체제유지성의 국내용인가. 그 보다는 중국을 향한 시그널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동안의 경과로 보아서는 그 주장이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중국이 그동안 대북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될지, 혹은 여전히 그 해괴한 ‘순망치한의 논리’에 갇힐 것인지 한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여서다.
시진풍(習近平)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세계가 그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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