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맨하탄을 나갈 때 지하철을 이용한다. 차를 갖고 나가면 파킹 장소를 찾기가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 편하고 쉽게 지하철을 타곤 한다.그런데 최근들어 계속되는 지하철 사고로 인해 예전에 편하게 이용하던 마음이 다소 긴장을 하게 되어 승강장에 서 있을 때는 늘 안전지대를 확보하곤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늘 주의를 당부하게 된다.
작년 12월 한인남성이 타인의 손에 떠밀려 숨진 충격적인 사건을 비롯 승강장에 서 있다가 발이 걸리면서 선로위에 떨어지는 등 지난 1월에만 세 번이나 사고가 나다보니 문명의 이기가 흉기로 변한 두려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연이은 추락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숨지자 교통국은 승객들에게 멀리 떨어져 기다리라고 안내방송을 하고 기관사에게 역내에 들어설 때는 속도를 줄이라고 한다. 또 뉴욕 당국은 승강장 안전문 설치를 검토 중이기도 하다.
안전문 설치는 승객을 보호하고 선로에 쓰레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 열차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 찬성 의견과 모든 지하철역에 안전문 설치는 역사 1개당 100만달러 비용이 들고 일부 지하철역에만 유용할 뿐 비현실적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도시교통국 자료(MTA)를 분석해 지하철로 사고를 당할 확률이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 적다고 1월 28일 보도했다. 지난 해 개찰구를 통과한 승객 1,180만 명당 1명이 지하철에 치였다는 것이다. 지난 해 141명이 지하철 사고를 당해 55명이 사망했는데 그중 33명은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다고도 한다.
잠시 뉴욕 지하철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부터 109년 전인 1904년 10월 27일 뉴욕시청과 145가를 연결하는 9.1마일로 첫 선을 보여 현재 노선 26, 역수가 468개로 세계 최장, 최고의 대중교통이다.
뉴욕시 소유로 메트로폴리탄 트랜스포테이션 오소리티 및 산하교통기관인 광역교통국(MTA)이 운영하며 2011년 기준으로 뉴욕지하철은 연간 16억 4,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평일 평균 528만 4,000여명, 토요일은 평균 303만 3,000여명, 일요일 평균 236만 7,000여명이 이용한다.
사실 뉴욕에 사는 이민자에게 지하철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삶의 애환을 함께 해오며 이민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맨하탄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오가는 지하철에는 빌딩 십여 개를 지닌 억만장자, 모피코트 두른 여성, 점퍼 차림에 비닐봉지 든 일용직 노동자, 배낭을 맨 관광객 등등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지하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간다.특히 7번 지하철은 타임스퀘어와 플러싱 메인스트릿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왕복하며 한인을 비롯 수많은 아시안 이민자를 일터로 실어 날라 급행 지하철은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로 불리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뉴욕 지하철의 묘미는 역사에서 마주치는 악사들과 댄서들의 연주로 삶에 지친 이민자들에게 반짝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흑인 청소년의 브레이크 댄스, 마추픽추가 생각나는 남미 혼성 그룹, 원맨 밴드 등 기타, 바이얼린, 아코디언 등의 연주와 노랫소리는 복잡하고 어두운 지하세계에 박수소리와 웃음으로 활기를 선사한다.
스트릿 공연이라고 가볍게 볼 것이 아닌 것이 뉴욕 MTA가 ‘운송을 위한 예술프로그램’으로 1985년 시작한 것으로 매년 봄 공개 오디션을 통해 10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뮤지션들이다. 시정부에 등록된 200개의 뮤지션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보통 25곳의 역사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있다.
또한 42가 타임스퀘어 역사를 비롯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릴 때 벽면의 타일 장식과 전시작품은 지루함을 덜고 보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이렇게 뉴욕의 명물인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어차피 맨하탄, 브롱스, 퀸즈, 브루클린 지하철을 이용해야만 생활할 수 있다면 편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지하철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찾아보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사건이 비극적이지만 이러한 일은 매우 드물다. 우리는 개방형 지하철 승강장을 이용하고 있고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니, 지하철이 복잡해지고 승객이 늘어날수록 안전·건강대책은 스스로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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