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2기 임기에 들어갔다. 취임식에서 오바마는 링컨이 여행을 다닐 때 사용하던 성경과 킹 목사가 사용하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으로 이어지는 혼란한 상황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비폭력 인권운동을 주도하다가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 목사(1929~1968), 이 두 사람처럼 오바마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비롯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각 인종간의 화합을 이루고 싶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취임식이 연방공휴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라 우리는 하루를 쉬었고 오는 2월12일 링컨 생일날에는 오바마가 새해 국정연설을 하는 날이라고도 한다. 마치 오바마와 링컨, 마틴 루터 킹 목사 세 사람이 손을 맞잡은 듯하다.
워싱턴 D.C.를 방문해 보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링컨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다. 링컨의 앉은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흰색 동상은 워싱턴 기념탑, 의사당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이 거대한 동상의 옆면과 뒷면에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새겨져 있고 남쪽, 북쪽 벽에 링컨의 재임 취임사가 새겨져 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워싱턴 DC를 방문하면 꼭 이곳에 참배한다. 아무리 키가 커도 링컨 동상(높이 5.6미터)의 좌대에도 못 미치는데 다들 고개를 치켜들고 링컨을 우러러 보며 그 순간만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링컨처럼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을 꿈꿀 것이다.
정적에 둘러싸인 지도자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란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인데 링컨은 목숨 내놓고 신념을 지켰기에 정치지망생의 롤 모델이 되고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다. 그가 1864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에서 한 연설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미국의 남부와 북부는 식민지 초기 시대부터 종교, 경제 체제를 달리 하다가 노예제도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1861년 남북 내전을 치렀다. 막 전쟁에서 승리한 링컨은 북부의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을 기대한 청중들에게 말했다.
“아무에게도 악의를 갖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신께서 우리가 향하도록 이끄시는 정의를 굳게 믿고,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 이 나라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이 전쟁을 참아낸 사람과 미망인과 고아를 돌보기 위해 우리들과 온 나라들과의 정의롭고도 영원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내전으로 입은 미국의 상처를 봉합하고 치유하는데 모든 미국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자고 한 것이다.
남북전쟁은 약 400만 명의 노예를 해방시켰지만 남부지역에서 인종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백인전용 학교, 극장, 식당, 호텔, 공원, 공공시설조차 흑백 차별이 있었다. 1955년 중년의 흑인재봉사 로사 파크가 버스의 앞좌석인 백인전용 자리에 앉자 운전사가 “흑인은 뒤로 가시오” 했고 너무 피곤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자 체포되어 재판을 치렀던 일이 발생했다.
마틴 루터 킹은 이들을 돕고자 인권 운동가로 전면에 나섰다. 킹 목사는 당시 억압 받고 있던 흑인과 비주류 소수민족들의 실상을 미국 사회에 알리고 이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바쳤다.60년대에 미국에 유학 온 한인들은 버스 앞좌석은 백인, 뒷좌석은 흑인, 화장실도 백인용, 흑인용이 따로 있어 아시안은 흑인과 같이 취급받았다고 한다. 이 시절을 떠올리면 킹 목사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오바마는 취임식에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서 인종과 당파를 떠나 통합과 화합으로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자고 역설했다. 링컨 대통령의 재임 취임사가 기억나는 대목이다. “10년의 전쟁이 끝나가고 경제는 회복을 시작했다. 미국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의료보험, 복지 프로그램, 총기관리 입법, 이민법 개혁, 재난 관리 등 우리 실생활을 편하고 잘살게 해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어렵게 미국에 왔고 자녀들을 이곳에서 교육시켰고 이 땅에서 자리 잡으려 애쓰고 있다. 우리가 사는 나라가 잘 살아야 이민 온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미국에서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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