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닌 훙이 출산 24일째 되는 날 아들 제이콥을 안고 있다. 뒤쪽은 그녀의 남편 에릭 추. 흥은 출산 후 30일간 중국의 전통 산후조리식을 먹고 머리를 감지 않았으며 목욕도 하지 않았다.
임신 5개월째로 접어들자 제시카 수(35)는 남편과 함께 산후조리식 샤핑에 나섰다. 몸을 푼 후 한 달간 먹을 음식을 미리 결정하기 위해서다.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이들이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남가주 월넛에 임시로 설치된 간이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수 부부는 배부른 임신부들 틈에 끼어 앉아 대추와 땅콩을 넣어 만든 족발, 그린 파파야로 버무린 폭찹(pork chop), 당근과 고구마를 함께 넣은 쇠고기 요리, 참기름으로 튀긴 닭고기 등을 맛보았다.
30일 동안 머리 안 감고 목욕 안하고 휴식만 가져
‘대추·땅콩 넣은 족발’등 음식도 특별 한방식으로
“효과 어떨지 모르나 한달간 공주대접은 받아 볼만”
산부 전용 케이터링 서비스업체‘ 징 마미’ (Jing Mommy)가 주최한 산후 보양식 시식회장에서 행사 스폰서인 니콜 후앙은 테이블을 돌며 만다린과 영어로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그러나 수는 일시불로 2,000달러를 내면 해산 당일부터 집으로 직접 배달해 준다는 산후조리식을 미리 주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케이터링 서비스를 주문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그와 비슷한 보양식을 만들어주고 가사 일까지 대신 처리해 줄 도우미를 한 달간 고용하는 편이 좋을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 됐건 수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중국의 전통적 산후조리법인 ‘주오 유에지’를 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주오 유에지는 “출산 후 한 달간 쉰다”는 뜻이다. 주오 유에지의 관습에 따라 산부들은 30일간 전통 레서피로 만든 산후 보양식을 먹고 외출을 삼간한 채 침대에 누워 편안히 휴식을 취한다. 이 기간에 산부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낸다. 물론 머리도 감지 않고 샤워도 하지 않는다.
유에지 신봉자들은 30일간의 특별한 섭생과 휴식은 출산 후 회복을 촉진하고 모유 생산을 자극하며 신체의 내부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유에지의 건강효과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고지방, 고단백 음식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의견은 갈리지만 주오 유에지는 남가주의 타이완과 중국 이민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행해지고 있다.
산모에게 30일간의 휴식을 주기 위해 가족들은 주로 ‘징 마미’와 같은 산후조리식 전문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한다.
전업 주부인 수는“ 대만에 거주하는 여동생이 유에지를 하지 않으면 몸이 망가진다며 겁을 주는 바람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에지는 모든 음식을 찬 음식과 더운 음식으로 분리하는 중국 고대 한방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동원되는 음식은 각각 다른 건강효과를 지닌다. 예를 들어 간은 분만으로 인한 산부의 혈액손실을 보충해 주고 그린 파파야는 모유생산을 촉진하며 콩팥은 쑤시고 결리는 삭신을 치료해 준다.
유에지 이론에 따르면 산모의 모공은 분만과정에서 확대되고 이 때문에 몸을 푼 여성은 추위에 취약해진다. 이들에게 따듯한 음식에 속하는 생강, 닭고기와 호박을 먹도록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후 30일간 목욕은 물론 머리까지 감지 못하도록 말리는 것 역시 한기로부터 산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외출도 금지된다.
못 말리는 유에지 신봉자들은 머리가 떡이 된 채 30일을 스폰지 목욕으로 버틴다. 후끈후끈한 방안에서 스폰지에 물을 묻혀 몸을 부분적으로 대충대충 닦아낸다.
첫 아이를 낳은 후 수는 30일간 머리를 감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실패했다. 감시자인 친정어머니가 외출한 틈을 타서 재빨리 ‘도둑 세발’을 단행하고 말았다.
수는 이번에는 반드시 유에지를 지키겠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남편 데이빗은 “3일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만과 중국계 여성들이 수에지를 지키는 이유는 주로 전통적 관습을 중시하는 나이든 어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집으로 배달되는 산후조리식의 편리함을 맛보기 위해서다.
첫 아기의 출산이 임박한 의사 비키 우(35)는 “산후조리식이 편리한 데다 별로 해가 될 것 같지 않아 주문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남편 대니얼 산체스는 “장모님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산후조리식으로 찬 음식보다 더운 음식을 선호하는 문화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한국인 여성은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다. 멕시코에서는 닭죽을, 나이지리아에서는 짠 맛이 나는 죽이 산부들을 위한 전통식이다.
이민자 밀집지인 남가주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직원들은 최소한 이 방면에는 일가견이 있다. 출신지를 확인한 후 더운 음식과 찬 음식을 알아서 제공한다. 따듯한 음식을 선호하는 문화권의 산부들에게는 오렌지주스 대신 수프를 내놓는다.
샌개브리엘 밸리 메디칼 센터의 임상영양학 매니저 릴리 홍은“ 유에지의 식단이 산부에게 충분한 칼슘을 제공하지 않을 뿐더러 수프에 들어가는 술로 빚은 곡주와 생강이 수유를 통해 아기의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는 신참 엄마에게 우유를 많이 마시고 내장 대신 닭고기와 같은 흰색 육류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릴리 홍도 두 아들을 낳은 뒤 어머니의 강권 탓에 유에지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기적으로 목욕을 했고 족발과 식초로 만든 전통적인 광동 스타일의 산부용 수프를 거부했으며 주변의 눈을 피해 찬 음식인 보바 커피를 ‘밀수
입’했다.
대신 친정어머니를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백숙국물과 계란을 푸짐하게 먹고 한 달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릴리 홍은“ 전문 영양사로서 족발이 들어간 생강 식초탕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때문에 보건국의 검사기준을 절대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에지를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입맛을 지녀야 한다. 중국 전통식 산후조리식은 서구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재료를 포함한다. 하지만 맛은 담백하다. 설탕이나 소금이 첨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가 근질근질한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 번째 아이를 낳은 지니 훙은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3주째가 되자 훙의 산후조리식은 간과 콩팥에서 참기름이 들어간 닭 수프로 바뀌었다. 본격적으로 신체 치유를 촉진시키기 위한 음식이다. 훙은 앞서 두 차례의 출산을 했을 당시 유에지를 철저히 따랐고 그 덕분에 지금도 추위를 타지 않는다며 “노년까지 효과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다이아몬드바의 리사 리(31)는 설사 유에지가 건강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해도 산부의 입장에서는 30일간 공주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유에지가 끝나고 본격적인 양육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는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하녀의 신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