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새 중에 공명조라는 새가 있다. 히말라야 설산에 살았다는 이 새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었다. 처음에는 한 몸으로 잘 지냈겠지만 머리가 둘이다 보니 생각이 둘이었다. 이견이 생기고 티격태격 하다가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우연히 낯선 풀을 먹었는데 독초였다. 배가 아파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도 아파했다. 미운 녀석이 아파하니 잘 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대방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었다. 서로 상대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독초를 먹었을 것이고, 결국 한 몸인 새는 죽고 말았다.
요즘 미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기 논쟁을 보다 보면 공명조가 떠오른다. 미국이 한 마리의 거대한 공명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달 전 코네티컷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에 대한 위기감이 미국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 버지니아 텍 사건 등 근년 총기난사 사건이 유난히 잦았던 터에 이번에는 순진무구한 어린이 20명이 총탄에 피 흘리며 죽어가자 미국사회는 경악했다. 총기가 미국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거론되는 총기폭력 예방책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인가’ 싶을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는 물론 전국총기협회(NRA)의 입장. 총을 휘두르는 악한을 막으려면 선량한 시민들이 더욱 총을 소지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선량한 시민들의 무장과 범법자들의 무장이 상호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공명조의 운명이다. 미국을 죽이게 될 독초는 총이다.
총기폭력을 없애려면 총기를 없애면 된다. 이 단순한 일이 불가능한 것이 미국의 현실 혹은 비극이다. 첫째, 총기가 이미 너무 많다. 미국 내 총기는 총 3억정.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국민 전체가 총을 한자루 씩 가지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총에 대한 애착이다. 수정헌법 2조를 거론하기 앞서 어려서부터 총과 가까이 지내서 삶의 일부처럼 느끼는 문화가 강하다.
무법의 광활한 땅을 개척하면서 미국의 선조들은 총에 의지해 가족과 재산을 보호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미국인들의 핏속을 흐르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남성들은 대부분 10대 초반이면 아버지가 총을 줘서 같이 사냥을 한 추억들이 있다. 배우 브래드 피트도 아마 그런 모양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는 총을 소지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미국은 총으로 건국된 나라다. 총은 우리의 DNA 속에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총 한자루를 집안 어딘 가에 감춰두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국민들 중 많은 수가 이런 생각일 것이고, 그만큼 총기소지가 많으니 총격사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총기규제 캠페인의 대표적 단체로 브래디 총기폭력 예방센터가 꼽힌다. 1981년 레이전 전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 때 총을 맞고 하반신 불수가 된 제임스 브래디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그 홈페이지를 열면 항상 두 개의 숫자가 떠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그리고 오늘 중 이 시간까지 미국에서 총격당한 숫자이다. 1월18일 오후 3시 현재 총격 피해자는 올해 들어 4,795명. 오늘 중 205명이다. 오전에는 144명이었는데 몇 시간 사이 61명이 늘었다.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총격사건이 많다니 가슴이 철렁하다.
브래디 센터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 매일 평균 270명이 총에 맞고 그중 87명이 목숨을 잃는다. 자살, 피살, 경찰총격, 오발사고 등 모두를 포함한다. 연간 총격 피해자는 거의 10만명, 이중 3만명 정도가 자살이나 피살로 목숨을 잃는다. 매달 2,500명 정도이니 2개월이면 미국을 뒤흔들었던 9.11 테러사건의 희생자보다 많은 수가 된다.
브래디 센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집에 총을 두지 말라. 집에 총이 있으면 총으로 가족이 다칠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외부 침입자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보다 가족에게 총격을 가하거나 가족이 자살하는 데 총이 쓰일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둘째는 총기규제 강화이다. 총기폭력 사건이 많은 것은 위험한 인물들이 위험한 무기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강화안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은 미국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NRA의 강력한 로비, 즉 돈으로 정치가 좌지우지 되는 현실이다. 막강한 돈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총기규제는 또 다시 물 건너간다. 총으로 세운 나라, 총으로 망한다는 말이 나올까 두렵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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