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는 미주 한인이 살고 있는 미국과 이들이 태어난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렸다. 결과는 예상대로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오바마, 한국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의 승리였다. 미국 민주당 지지 한인이 대체로 한국 민주당 지지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치고받은 승부였다. 세상은 가끔 공평하기도 한가 보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지켜본 한인은 기뻤겠지만 그 기쁨이 이들이 퇴임하는 날까지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지난 50년간 재선에 성공해 빛을 본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한국 대통령의 기록은 더 나쁘다. 건국 이래 좋게 끝난 경우는 전무하다. 4.19로 쫓겨난 이승만, 5.16으로 물러난 윤보선, 10.26으로 사망한 박정희, 퇴임 후 사형선고까지 받은 전두환, 무기징역에 처해진 노태우, 자식이 감옥에 갔다 할복까지 기도한 김영삼, 자식 둘이 감옥에 간 김대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등등. 그런데도 아직 대통령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과 미국은 사정이 다르지만 이번 선거는 모두 포퓰리즘의 승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화당의 롬니는 나날이 늘어나는 사회복지 비용과 국가 부채를 해결하려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오바마는 시종일관 이 문제에 관해 입을 다물었다. 유권자가 복지 혜택을 깎겠다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 선거에서 교훈을 얻은 박근혜는 소득에 관계없이 5세까지 아동의 전면적인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 복지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야당은 이에 관해서만은 완전한 합의를 보고 내년 예산안에 반영시켰다. 이미 예산 부족으로 부실 급식 등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된 지 1년만이다.
박근혜가 이를 선택한 것은 이 이슈에서 밀리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의 포퓰리즘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국가의 수도를 분할하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노무현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 정부의 분할 반대안을 폐기하는데 앞장섰다. 물론 이명박도 이 문제에 관해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수도 분할을 찬성하다 된 다음에 잘못된 정책이라고 나왔다.
어쨌든 한국과 미국의 이런 정치적 흐름은 민주주의 하에서 포퓰리즘의 거대한 파도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인은 별로 없음을 보여준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표가 필요하고 표를 얻자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 민주주의를 하는 모든 나라의 빚이 나날이 늘어나기만 하는 이유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끌려면 복지예산을 늘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세금을 올리면 역시 표가 떨어진다. 결론은 투표권 없는 다음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것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손자 손녀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 각국 중 복지 사회를 제일 먼저 꿈꾼 나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구호로 내건 2차 대전 직후 영국이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이 정책을 편지 30년 만에 가장 부강했던 나라에서 ‘유럽의 병자’로 추락했다. 미국은 오바마 집권 4년 동안 6조 달러의 빚이 늘어났고 앞으로 4년 동안 다시 4조가 늘 전망이다. 오바마 이전까지 200년 동안 진 빚이 10조 달러였다. 한국의 복지비용은 아직까지 OECD 각국 중 바닥이지만 이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복지비용으로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비틀거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재정이 튼튼하면서도 검소한 독일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은 “세계 인구의 7%,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이 세계 복지비용의 50%를 쓰고 있다”며 이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복지는 한 번 주기는 쉽지만 재정파탄이 코앞에 닥치기 전까지 뺏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정녕 쓴 맛을 보기 전까지는 고치지 못하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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