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미국과 제2의 세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본격 막을 올렸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 2기 집권과 때를 같이 한 중국 시진핑 시대의 개막은 이른바‘G2’(주요 2개국)의 본격적인 세 다툼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미국은 두 개의 전쟁에 따른 국가 부채 급증, 부동산 붕괴로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의 악재를 이용해 급성장한 중국은 경제와 군사 대국을 꿈꾸며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무역적자 대책 싸고 갈등 고조
군사력 증강 중국과 아·태 패권경쟁
미국과 중국의 첫 번째 충돌은 경제분야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노동력과 싼 인건비를 내세우며 선진국 제조업을 소리없이 잠식해 왔다. 미국은 이로 인해 제조업의 붕괴현상을 가져왔고 싼 가격에 매료된 미국인들의 소비패턴 변화가 국가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에 빼앗긴 2차 산업 제조업 분야의 미국 내 재유치를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강력한 무역정책으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미국 내에서는 최근 ‘프레너미’(frenemy: friend와 enemy 합성어)가 회자되고 있다. 친구도 될 수 있고 적으로도 상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국으로 제역할을 한다면 협력을 지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지가 담겨있다.
미국과 중국의 실제 충돌 가능성이 큰 분야는 역시 군사와 안보 쪽이다. 아시아ㆍ태평양의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군사 및 안보갈등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양국 모두 새 체제 안정을 위해 당분간 대외 마찰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겠지만, 내부정비가 마무리되면 아ㆍ태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적 위상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패권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세 번째 과제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도 이들 수퍼파워 간 패권 다툼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이들 대륙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막대한 부채 등 재정 취약성과 실업률 등 내부 경제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다.
■미, 아ㆍ태 전략 강화할 듯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등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아ㆍ태 중시와 중국 견제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 일본, 대만, 호주는 물론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중국 주변 국가들과의 합동 군사훈련 등을 통해 군사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센카쿠나 난사군도의 영유권 갈등을 활용, 중국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중국 주변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이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계속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 군사 역량 확대 추진
중국은 미국의 포위전략에 맞서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ㆍ태 패권경쟁의 후발주자인 중국으로서는 기존 구도를 깨려면 자체 군사역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1년 1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20기 시험비행에 성공한 이후 올해 10월 미국의 F-35를 따라잡기 위해 개발한 젠-31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는 등 신형 전투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또 옛 소련의 미완성 항공모함을 사들여 개조한 `랴오닝’호를 지난 9월 정식 취역시켰으며 자체 기술을 이용해 항모를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정 1만4,000㎞의 신형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 41을 지난 7월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사일 전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센카쿠 등 분쟁지역 대치 심화
중국이 센카쿠 등지에서 일본 등 주변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자 미국은 이를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호기로 활용했다.
미국은 센카쿠 갈등이 첨예화하자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대상이라는 점을 밝히고 항공모함 2대를 주변에 배치하는 한편 일본과 합동 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적 개입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은 이런 전략을 통해 아ㆍ태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을 더욱 자기편으로 가깝게 끌어 당기는 등 `일거양득’을 거뒀다. 필리핀은 옛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미국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무역장벽 갈등 심화
무역장벽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 경제의 위상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세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4%에서 2010년 9%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19.3%에서 13.2%로 낮아졌다.
중국산 저가 수출품은 미국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갔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1년 830억달러에서 지난해 2,954억달러로 3.3배나 늘었다.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무역적자는 2,0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나 늘었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급증에 맞서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를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했다.
환율 분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가 평가 절하돼 있다며 이를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양국의 통상분쟁이 계속 격화되면 세계적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해 글로벌 경제위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매년 열리는 중미 전략 경제대화를 중심으로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아프리카 진출에 미국 대응 부심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춘 미국과 중국은 아프리카를 둘러싼 자원과 새로운 시장 확보 차원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교역규모에서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른 데서 나타나듯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외형적 양상은 중국이 미국에 비해 다소 우세하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국 자본에 의한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큰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도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의 마지막 시장이라는 가치를 간과할 수 없어 미·중 G2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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