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 참석 공개…심장병 아동과 인연도 영향
▶ 尹대통령 사과후 공개일정 명분 마련 해석…여론 보며 수위 조절 전망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캄보디아 총리 배우자인 뺏 짠모니 여사와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5.1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약 5개월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건희 여사가 16일(이하 한국시간) 캄보디아 정상 부부 방한 일정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이달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영부인의 역할을 비공개로만 소화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개 활동을 다시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동행 귀국 이후 153일 만이다.
김 여사는 이날 회색 자켓과 흰 블라우스, 짙은 남색의 치마 차림으로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 만났다. 먼저 뺏 짠모니 여사와 배우자 친교 환담을 한 뒤 정상 부부 오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지난 2월 고(故) 유재국 경위 유가족에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고 윤 대통령의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오찬에 함께 참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으나 모두 비공개 일정이었다.
4·10 총선 전인 지난달 5일 윤 대통령과 별도로 용산구에서 비공개로 사전 투표한 사실이 수일 후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루마니아, 앙골라 정상 부부 방한 당시에 별도의 배우자 친교·환담 일정을 소화했으나 역시 사진·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이처럼 비공개로만 일부 일정을 소화하면서 공개 활동 재개 시점을 저울질해 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이달 초 가정의달 행사에 참석할지 검토했다가 윤 대통령만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명확하게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 나설 명분을 나름대로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이달 말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국내에서 열릴 주요 외교 행사에 더해 각종 해외 순방 일정이 예정된 점도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재개 필요성을 키웠다고 한다.
영부인 역할을 계속 비공개로만 할 수는 없는 데다, 잠행이 길어질수록 공개 활동 재개 부담이 점점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부처님오신날인 전날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할지 검토했다가, 참석 시 언론의 관심이 몰려 행사 취지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막판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캄보디아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 점도 자연스럽게 이날을 공개 활동 재개 시점으로 삼은 데에 영향을 미쳤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과 동행했을 당시,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로타 군의 사연을 접하고 로타 군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말 로타 군은 우리나라로 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로타 군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훈 마넷 총리는 정상회담과 오찬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로타 군을 도운 일을 언급하며 "김 여사의 따뜻한 지원을 여전히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친절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수술을 잘 마친 로타가 건강하게 뛰어놀라는 뜻에서 월드스타 손흥민 선수가 준 축구공을 선물했는데, 그간 축구 실력이 늘었는지 궁금하다"며 로타 군의 안부를 물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오찬이 끝난 뒤에는 로타 군의 심장 수술을 도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과 최재원 교수를 훈 마넷 총리 부부에게 소개했다.
김 여사는 이날 공개 일정 이후 정치권 반응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며 활동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검찰 인사 이후 야권에서 '김 여사 방탄용'이라는 공세 수위를 높이고,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정상 방문 일정 관련 첫 공지에선 김 여사 참석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가 수정 공지를 다시 내서 오찬 참석을 공식화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김 여사 모습이 담긴 사진·영상을 공개할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1차 배포에서는 김 여사 사진이 빠졌다가, 수시간 후 2차 배포로 김 여사 사진을 제공했다.
그만큼 김 여사의 활동 공개에 대한 대통령실 내부의 고민 기류가 읽힌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 일정 공개와 관련, 정상외교에서 배우자로서 역할은 계속해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올해 들어 방한한 외국 정상 일정에서 계속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배우자 프로그램에 일관되게 참여하고 있다"며 "오늘 캄보디아 정상 공식 오찬에 배우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게 좋겠다고 양측 정부가 합의에 이르러 이전(루마니아·앙골라 정상 방한)보다 일정이 더 추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에도 김 여사는 영부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캄보디아 출신 당구선수 쓰롱 피아비가 함께 했다. 경제계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정욱 주캄보디아 대사 등과 대통령실 참모진이 참석했다.
오찬 메뉴는 메밀전병, 김치전, 한우불고기 등 한식과 열대과일, 코코넛무스, 한과 등 디저트로 양국 음식이 조화롭게 제공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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