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 2011년 12월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정권을 이어 받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 독자적인 체계 구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년을 김정은 체제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다면 집권 2년째부터는 대내외정책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훈통치 1년간 측근 재정비 권력 강화
식량문제 해결 위한 경제정책 변화조짐
로켓 발사로 역량 과시… 대외관계는 꼬여
■ 지난 1년 분석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권 1년을 이해하고 새해 전망을 위해서는 지난해 1월1일 발표된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는 제목의 북한 매체 공동사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 사설에서 2012년을 ‘김정일 위원장의 강성부흥 구상이 빛나는 결실을 맺는 해이며, 김일성 조선의 새로운 100년대가 시작되는 장엄한 대진군의 해’라고 규정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기 위한 결정적 담보는 당을 강화하고, 영도적 역할을 백방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공업과 농업부문 대혁신 ▲식량문제 해결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 ▲교육, 문화, 체육 강화 ▲평양시 개발 ▲선군정치 지속 등을 내세웠다.
이를 종합해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바탕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국가 전반에 걸친 쇄신과 변화를 통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리고 북한은 이런 프레임에 따라 지난 1년을 움직였다.
김 제1위원장의 활발한 현지 지도, 평양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사업, 그리고 예년 보다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 식량수확 등은 사설이 제시한 지침에 주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 역시 외부적인 이유보다는 내부의 결속과 김정은 체제 강화를 위한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 권력층의 변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잡으면서 권력층 내부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남편으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국가 수반급 예우를 받았고, 로켓 발사 때도 김 제1위원장의 곁을 지켰다.
또 다른 인물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90년대 후반 좌천되기도 했지만, 2003년 노동당 총무부 부부장으로 재기에 성공한 뒤 승승장구, 올해 4월 군 차수로 승진하며 민간인 출신 첫 총정치국장에 임명돼 군부 최고의 실세가 됐다. 또 같은 달 열린 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며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 했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의 군부장악에 핵심 역할을 했고, 특히 김 제1위원장이 권력 전면에 나서면서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리영호 참모장은 지난해 7월15일 당 정치국회의에서 갑자기 모든 직무를 박탈당하고 권부에서 사라졌다.
이밖에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도 김 제1위원장 체제 1년도 되지 않아 경질됐다.
주요 실세들의 숙청과 경질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김 제1위원장과 멀어진 인물들이 군부의 핵심 실세들이었다는 점에서 군부를 보다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2013년 전망
지난 1년은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측근들을 재정비하고, 주민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 특히 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도자임을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김정일 위원장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불안요소들을 상당 부분 불식시킨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 경제정책
큰 틀에서 지난해와 정책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년 사설에서 제시한 사업들이 대부분 중장기 계획들이어서 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모든 사업들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연결시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집권 1년 동안 김 제1위원장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부인 리설주를 공개행사에 자주 동행한 것은 물론, 주민과 어린이, 군인 등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 등은 북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를 통해 인민과 가까운 지도자란 이미지를 깊이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정책은 경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월15일 연설에서 식량문제 해결을 강하게 언급한 대목은 민생문제 해결이 최대 과제임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보다 진보된 경제정책들이 실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란 특별한 사회에서 부의 발생으로 인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돌출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도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서방경제 틀 속에서 생활했던 경력이 있는 만큼, 우선은 중국을 디딤돌로 생산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제정책이든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남북교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황금평 개발 등 북한의 북부 경제권이 중국의 영향권에 속속 들어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 대외정책
남북 및 북미관계는 지난해 말 북한의 로켓 발사로 더욱 복잡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당국도 이런 점을 충분히 계산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는 더욱 꼬이게 됐다. 북핵 협상이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로켓 발사가 일단 성공으로 나타남에 따라 대북정책이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사회 공조와는 별개로 한, 미, 일 3국의 독자적인 제재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한국의 입장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제재에 동참하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고, 그렇다고 극우주의 정권이 탄생한 일본과 독도, 위안부 등 민감한 현안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북문제에 호흡을 맞추는 것 국민 정서상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 안정, 주변국 역학관계, 그리고 로켓 성공 발사로 자신감을 얻게 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대남, 대미, 대일 정책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마나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기대를 찾는다면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정부가 어떤 제스처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1년>
▲2011.12.19 김정일 사망 발표
▲2011.12.28 김정일 영결식
▲2011.12.30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
▲2012.2.29 북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및 대북 영양지원 등 6개항 합의 동시 발표
▲2012.4.11 김정은, 제4차 당대표자회서 당 제1비서에 추대
▲2012.4.13 북,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실패
김정은, 최고인민회의서 국방위 제1위원장에 추대
▲2012.4.15 김정은, 김일성 100회 생일 맞아 첫 공개연설
▲2012.7.6 김정은 부인 리설주 공개
▲2012.7.15 리영호 군 총참모장 해임
▲2012.7.18 김정은 공화국 원수 추대 결정 발표
▲2012.11.4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발족 및 위원장에 장성택 임명
▲2012.11.29∼30 중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방북
▲2012.12.12 로켓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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