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철을 맞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사립대들이 입학사정 과정에서 아시안 학생들에게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대 입학을 제안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가을학기 사립대 조기전형 발표가 마무리된 후 학업성적이 완벽에 가깝고 SAT에서도 2,400점 만점을 받은 아시안 학생 중 일부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아이비리그 입학원서를 작성할 때 일부 아시안 학생들이 인종을‘아시안’이라고 표시하지 않는 것을 대입 전략의 일환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아시안 학생들이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의 요점을 정리한다.
하버드 아시안 학생비율 20년간 절반으로
SAT 평균점수 백인비해 평균 140점 높아
■ 인종별 쿼타로 아시안 입학 제한?
하버드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 론 언즈에 따르면 1990년대 초 연방 법무부(DOJ)가 하버드 대학이 입학사정에서 아시안 학생들의 입학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마친 후 아시안 등록비율은 1993년의 20.6%에서 최근 10년간 16.5%로 감소했다.
언뜻 보기엔 감소율이 작은 것 같지만 1992~2011년 미국 내 아시안 대학생 수가 2배 늘어났고 같은 기간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 대학생 인구는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버드의 아시안 등록비율은 지난 20년간 50% 이상 떨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이 기간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하버드와 마찬가지로 아시안 등록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학별로 아시안 등록비율이 비슷하게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아시안 등록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명문 사립대인 칼텍의 경우 아시안 학생 등록비율이 아시안 인구 증가율과 일치하고 있어 아이비리그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내셔널 메릿 장학금을 수상하고 고교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하는 아시안 학생이 급증하면서 아시안 학생들의 학문적 우수성이 집중 부각돼 타 인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가 유독 아이비리그 입학사정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 더 높은 SAT 점수 필요
SAT 점수 하나만으로 명문대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다. 알려진 대로 아시안 학생들은 학업성적과 SAT 점수가 뛰어나다.
아시안들의 평균 SAT 점수는 2,400점 만점에 1,623점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반면에 백인은 1,581점, 히스패닉은 1,364점, 흑인은 1,276점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사회학자인 토머스 에스펜셰이드 박사는 “가장 입학경쟁이 치열한 10개 대학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시안 학생들이 백인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SAT 점수가 140점은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AT 영어와 수학에서 아시안들은 1,600점 만점에 1,550점을 받는 것이 백인 1,410점, 흑인 1,100점과 동등하게 취급받는다.
프린스턴 대학 강사 러셀 닐은 “프린스턴의 경우 ‘아시안 실링’(Asian Ceiling)이 존재할 수도 있다. 실링이 존재할 경우 정해진 숫자만큼 아시안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리건 대학 물리학 교수인 중국계 스티븐 수 박사는 “아시안 중에는 저소득층 이민자도 상당수에 달하지만 역경을 극복했다는 내용의 스토리는 비아시안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볼 수 있듯 아시안 학생들은 타인종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하버드는 인종별 쿼타 존재 부인
인종별 쿼타 존재 여부에 대해 하버드 대학 공보실장인 제츠 닐은 “하버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받아들인다. 물론 여기에 아시안 학생들도 포함된다. 하버드는 학생이 제출한 모든 서류를 검토하는 포괄적 입학사정 방식을 사용하며 어떤 종류의 쿼타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학교 측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트머스 전 입학사정관은 한인, 중국계, 일본계 등 동아시아계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입학사정에서 다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관심을 끈다.
이 전직 입학사정관은 “아시안 지원자들이 제출한 추천서를 보면 ‘부지런하다’(diligent), ‘근면하다‘(hardworking) 같은 단어를 자주 보는데 이는 외부에 비춰지는 아시안들의 이미지에서 비롯된다”며 “그러나 ‘창조적‘(creative)이라든지 ‘지적’(intellectual)이라든지 하는 말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학생 자신의 독특한 ‘인격’(character)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아시안들은 학교에서 소수계이기 때문에 이들이 차별을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직 입학사정관의 발언으로 비추어 분명한(explicit) 인종별 쿼타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내포된(implicit) 쿼타는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명문대 입학사정관들은 눈에 확 띄는, 특별한 학생을 뽑으려고 애쓴다. 매년 총명하고 부지런한 아시안 학생들이 대거 아이비리그에 지원하기 때문에 아시안 학생들은 경쟁자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백인 입학사정관들의 시각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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