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된다. 비난성명이 발표된다. 그리고 제재안이 논의된다. 그러자 딴청을 보인다. 그래보아야 한반도의 평화만 해친다는 해괴한 주장과 함께 중국이 딴죽을 건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격앙됐던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그러면서 상황도 흐지부지 된다.
올해로 벌써 몇 번째인가. 군사도발에, 미사일을 쏴대고, 핵실험을 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들었던 게. 그 때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이번에도 전 세계의 이목은 또 다시 중국에 쏠렸다. 두 번이나 미사일발사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무시하고 미사일발사를 강행했다. 뺨을 맞은 꼴이다. 그러니 북경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감싸고 있다. 북한의 입장 두둔에 변함이 없다.’- 유엔안보리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예의 그 ‘순망치한’(脣亡齒寒)인가 뭔가 하는 논리가 또 다시 들먹여지면서.
‘안정된 북한체제’- 중국이 가장 원하는 것이 이것이라는 거다.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존재가 필요하다. 시진핑 중심의 새로운 중국지도부의 북한정책도 여기서 한 걸음도 안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제재를 중국은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북한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쿠오’(현상유지)야 말로 변치 않는 중국의 입장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중국은 또 다시 북한의 김씨 일가 체제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상황은 그러면 또 다시 흐지부지 끝나고 말까.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김정은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은 태평양지역 주둔 미군사력을 대폭강화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다음 날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전례 없이 신랄한 설전을 벌였다.” 뒤이어 나온 외교전문 포린 폴리시지 보도다. 그리고 이런 주장도 나온다. “레짐체인지(정권붕괴)야 말로 북한의 핵 장난을 막는 근원적 방법이다.”
무엇을 말하나. 이번에는 사태가 그리 간단히 흐지부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아닐까. 아시아의 안보환경이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점차 냉각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무엇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을 가져왔나. 그 동안 워싱턴이 보여 온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라는 착각 증세’이다.” 한 워싱턴 관측통의 지적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찌 보면 북한의 핵개발을 내심 지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제국주의자에 공공연히 대항하는 사회주의 형제국가의 자세’도 그렇고 ‘핵전력의 북한’은 전략적 입장에서 볼 때 중국에 결코 나쁠 것이 없다는 나름의 계산에서다.
역대 미 행정부는 그 중국을 21세기 아시아 신질서 구축의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게 오바마 행정부 1기가 마감되어가는 시점이다. 이와 함께 제시 된 것이 아시아 중심정책이다. 21세기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아시아시대가 된다는 전제하에 미국의 국방전략도 아시아-태평양 중심으로 재조정된 것이다.
오바마의 그 아시아 중심정책을 중국의 신 지도부는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한 것이다. 결과로 미국과 중국관계의 긴장 수위는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로 이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아시아의 각종 다자기구는 미국과 중국, G2의 외교 각축장으로 변했다. 그 정황에서 발사된 것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다. 어떤 결과를 몰고 올까.
우선 예견되는 것이 일본의 재무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이상 좋은 빌미가 없는 것이다. 대만의 핵전력화도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다.
민족주의가 비등하고 있다. 과거 역사의 상처가 되살아나고 있다. 파워 경쟁이 벌어지면서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또 군비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중국의 횡포에 숨죽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아시아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아시아는 거대한 분쟁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이 진작부터 보이고 있던 우려다.
말하자면 아시아 전역에 거대한 격랑이 몰아치면서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황에서 쏘아 올려 진 북한 미사일. 무엇을 말하나. 아시아가 본격적인 분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려는 더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무풍지대’가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박근혜나, 문재인 두 후보 모두 단 한마디 북의 도발을 규탄한다는 멘트 정도로 그쳤다. 그리고 집권하면 마치 남북관계가 물 흐르듯 풀릴 것이라는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어쩐지 너무 작아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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