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을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 ‘20-50클럽’(국민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이상에 인구 5000만 이상의 강국)국가가 됐다. 이는 지난 6월의 일로, 6개월 후 올해를 마감하는 각종 주요지표들은 대한민국이 여러 부문에서 괄목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이 같은 하드 파워는 물론, 삶의 질을 나타내는 소프트 파워 부문에서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은 높아가고 있다.
영국의 트렌드 잡지 모노클이 외교에서, 문화, 교육, 스포츠 등 여러 부문을 종합해 평가한 소프트 파워 랭킹에서 한국이 11위를 차지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의 미디어·교육전문 그룹 피어슨은 한국을 핀란드에 바로 뒤이은 세계 2위의 교육 강국으로 꼽았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도 해마다 높아져 그 자산가치는 1조6000억 달러로 올해 세계 39개 국가 중 9위를 마크했다. 또 한국의 무역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1조 달러를 무난히 돌파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지표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조사다. ‘2013년에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는 어린이가 성인이 됐을 때 보다 더 행복할까’라는 조사에서 한국은 19위를 차지한 것이다. 일본, 프랑스, 영국, 스페인보다도 ‘한국인의 미래 삶의 질’이 높을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요약하면 세계 7대 강국에, 교육 2위, 무역 8강, 국가 브랜드 9위의 나라가 2012년이 마감되는 시점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이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은 그러면 어떻게 펼쳐질까
“2032년께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황금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현재의 경제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20년 후 한국은 일본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지난달 런던대학에서 열린 ‘한국의 중장기 미래 전망’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시나리오의 하나다.
6.25의 참담한 재해를 극복하고 산업화에 성공했다. 또 1997~98년에는 IMF위기를 견뎌냈고, 2008년 금융위기도 한국은 비교적 잘 막아 냈다. 그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산업을 기반으로 지난 30년 동안 한국 경제의 탄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 한국경제가 정보와 디지털 기술 발달, ‘클린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개발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한국의 연구개발(R&D)비는 2007~2012년 기간 동안 모두 600억 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가 중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지적, 한국경제는 연 4%대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1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중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는 지리적 여건도 긍정적 요소로 지목됐다. 그 중국에 대한 최대수출국이 되면서 2032년께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한 것이다.
거기에는 그러나 한 가지 단서가 붙어있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전혀 작용하지 않을 때’라는 단서다. 말하자면 북한과의 군사적 갈등 없이 독일식 통일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의 시나리오다.
때문에 정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적인 대치상황에서 남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사는 중국은 오히려 한국의 지속적 발전을 가로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인구의 고령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구고령화는 이민을 불러들여 다민족 사회가 겪는 문제들을 노정시킬 수 있다. 또 복지 부담을 높여 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다.
또 다른 복병으로 지적된 것이 환경문제다. 이 경우도 중국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마다 심해지는 황사현상, 서해바다의 오염. 이 모든 것들은 중국 발 환경문제다. 게다가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한국 자체의 환경오염도 자칫 재난적인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중요시 되는 것이 정치다. 한국이 지닌 경쟁력에, 그 잠재력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반면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여건, 인구의 고령화 등은 여전히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문제를 극복하고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두 주 후로 다가온 한국의 대선이 특히 중요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한국서 들려오는 선거운동 양상은 그렇지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토론은 뒷전이고 과거에만 몰입, 흠집 내기에만 몰입하고 있어서다.
“한국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다.” 누가 한 말이었던가. 지금도 전혀 틀리지 않는 말 같다. 그 말이 나온 지 10년도 훨씬 지났지만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정치신뢰 부문에서 한국은 144개 국가 중 117위로 바닥권을 보였으니까.
초일류 선진국으로의 도약. 그 최대의 걸림돌은 절망에 좌절감만 안겨주는 한국의 정치권이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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