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이는 대한민국은 간혹 불가해(不可解)의 나라로 비쳐진다. 그래서인가. 최근 주요 신문서평에 소개된 한국에 관한 두 책의 제목은 모두가 ‘불가능한 나라: 한국’이다. 그 하나의 영어 제목은 ‘The Impossible State’이고 다른 하나는 ‘The Impossible Country’다.
‘Impossible State’는 북한에 관한 저술이다. 3대 세습의 북한이란 체제가 과연 얼마나 존립이 가능할지 극히 부정적 시각에서 다루었다. ‘Impossible Country‘는 정반대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 마디로 경이적인 나라, 그 대한민국을 기술했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미국생활이 오래됐다. 다시 말해 못 살던 시절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혀 있던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고는 던지는 일성(一聲)이다.
잿빛 모노톤에 암울하고 초라했던 일상, 그것은 이제 옛날이야기다. 공항에서부터 넘치는 자유와 활력이 느껴진다. 저주 속에서 출발한 나라였다. 그 대한민국이 반세기도 못돼 말 그대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 대한민국의 박동을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다.
가난했다. 그리고 세계 문화의 흐름을 옆에 비켜서서 전달받았었다. 변방의 한국이 이제는 세계를 향해 문화를 발신하는 중심부 국가가 됐다.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물결, 한류(韓流)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자화자찬의 소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 ‘20-50클럽’(1인당 소득2만 달러, 인구 5,000만 이상의 강국)국가로 자리매김 된 것이 지난 6월의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외신 보도는 대한민국을 소프트 파워 국가별 순위 세계 11위 국가로 소개했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서게 했나. “산업화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민주화에도 성공했다. 그 한국은 소프트 파워란 면에서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신조어의 주인공 조지프 나이의 말이다.
관련해 대한민국 정치사의 주요 인물들이 오버랩 돼 떠올려진다.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이다.
핫뉴스가 전해졌다. 안철수가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대선 후보를 사퇴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꽤 오랫동안 한 가지 미스터리 드라마가 방영돼왔다. ‘안철수 현상’이다. 그 시작은 지난해 10월의 서울특별시 시장 보궐선거였다. 이후 한국의 대선정국은 ‘안철수 현상’이란 안개에 갇혀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공식발표한 게 지난 9월19일이었다. 그 안철수가 대선 후보직을 전격사퇴하면서 야권후보 단일화와 함께 한국의 대선은 박근혜와 문재인의대결로 좁혀졌다.
그러면 이로써 한국의 대선정국을 지배해온 ‘안철수 현상’은 사라지고 만 것인가. “안 후보의 결단은 기존의 정치문법을 뛰어넘었다.” “진정한 승자는 안철수 후보다.” “새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아름다운 양보를 헛되게 하지 마라.”
여권은 안철수의 후보직 사퇴에 당황감 속에 말을 아낀다. 그 가운데 나온 반응들이다. ‘안철수 현상’은 끝난 게 아니라 어쩌면 다시 짙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아닐까. 안철수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해 한국 정계의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 하는 말이다.
우선 대선에서 문재인이 승리할 경우 그 공의 절반은 안철수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대주주로서 차기 정부 출범에 간여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이 패할 경우 야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를 한 안철수를 중심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일 수 있다.
안철수가 빠진 2012년 대선은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로 흐른다는 것이 거의 정설 같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각각 박정희와 노무현을 교조(敎祖)로 모신 원리주의 집단 간의 정치 아닌 신학논쟁 비슷하게 흘러가는 식의 싸움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싸움의 한편에는 산업세력으로 통칭되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그 다른 한편에는 ‘노무현의 멘토’로 불리는 재야 원로들이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우파와 좌파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 정치맥락에서 안철수의 사퇴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노태우 정권 탄생, 3당 합당, DJP연합 등으로 얼룩진 87년 정치체제의 청산이 아닐까. ‘기존의 정치문법을 뛰어 넘은 양보를 통해 그 한계를 극복했다. 말하자면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20-50클럽’ 가입국이 된 대한민국, 세계 10위권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발돋음한 대한민국은 21세기형의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부지부식 간에 요구하고 있다. 87년 정치체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권은 그러나 여망에 부응치 못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반작용으로 형성된 것이 안철수 현상인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그런 면에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의 현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싸움으로 좁혀진 2012대선은 그리고 3김에서 비롯된 87년 정치체제 정치세력 간의 마지막 대회전이 되는 것이고…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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