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결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부 간에 서로 논쟁을 벌이는 쟁점에는 늘 ‘돈’이라는 문제가 따라 다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재정관리에 대해서 불일치를 보이는 커플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불일치를 보이는 커플에 비해 이혼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결혼생활에 있어서 으뜸 되는 갈등요인으로 돈을 지적한 응답자가 39%, 두 번째 갈등요인으로 돈을 지적한 사람이 54%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재혼을 희망하는 이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서 남성의 33%, 여성 40%가 경제적 요인을 이혼 사유 1위로 뽑을 정도이다.
특히 결혼은 당사자들의 관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다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돈 문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연결될 경우는 가족 전체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파괴될 수 있다.
돈에 대해서 흔히 결혼한 커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모아본다.
낭비벽·배우자 모르는 부채
가족간 꾸거나 빌리거나‘위험’
구좌 공동·별도 관리여부
일정액 이상 사용땐 협의를
■재정관리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돈으로 사랑이 가능할 것처럼 여긴다
부부간에 돈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커플들은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타이밍을 밤에 데이트를 한다든가 혹은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등으로 따로 설정한다. 또 다른 커플은 상한선을 정해서 300달러 이하에서 본인이 재량권을 가지고 사용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갈 경우 어느 정도 서로 합의를 보는 선에서 돈의 사용을 제한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이아몬드 반지나 고급 차량이 결혼생활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물질 지향적인 커플들이 모든 면에서 제대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커플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돈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부여하느냐가 결혼생활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에 너무 집착하는 커플들은 갈등이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낭비벽 갈등을 무시하고 돈을 어떻게 나눌지 의견합의를 보지 못한다
보통 구두쇠인 사람과 무절제한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룰 때 똑같이 절제하거나 소비하는 커플에 비해서 불행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에 대한 불일치는 서로 절충해갈 수 있지만 그 이슈가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이혼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보통 배우자가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여길 경우 결혼에 대한 행복도가 낮고 이혼할 확률도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돈을 공동 관리하든 분리해서 관리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배우자의 재정계획이 결혼에 있어서 적합한 지가 관건이다. 이는 배우자의 습관과 돈에 대한 가치의 문제이다.
만약에 당신이 상대방이 매일 소비하는 패턴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아지게 되면 차라리 구좌를 분리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당신이 배우자와 팀웍을 이뤄 서로 이해를 하는 가운데 구좌관리를 한다면 같이 공동구좌로 해도 괜찮다.
■부채에 너무 부담을 느끼거나 숨기는 일이 많다
한 설문조사에서 76%의 미국인들이 돈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부채보다 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없다. 특히 고금리에 페이오프 하기 힘든 채무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만약에 부부가 공동으로 갚아야 할 채무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면 부채를 청산하는 법에 대한 소책자를 읽어도 괜찮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80%의 커플들이 배우자에게 돈을 쓴 사실을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이런 경우가 더 많은 편이다. 또한 30%의 응답자가 돈을 사용한 사실을 은폐한 것이 외도보다 더 나쁜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79%의 기혼 커플은 배우자보다는 친구에게 본인이 사용한 돈의 용도에 대해서 털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으로부터 돈을 꾸거나 빌려주며 돈을 함께 즐기지 못한다
친지로부터 돈을 꾸는 것은 사실상 좋은 방법이 아니다. 좋은 결과를 낳으면 다행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 남보다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류는 결혼한 커플일수록 더 심하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빌려주는 것이 되었든 꾸어주는 것이든 가능하면 적은 사람이 개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친지에게 돈을 꾸어주거나 빌려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가족이라고 해서 대충 넘어가지 않고 법적인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족에게 돈을 꾸었을 경우에는 채무를 변제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사치용품을 매입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또한 돈이 항상 스트레스나 갈등의 원천이 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기쁨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부부 간에 같이 유럽이나 타주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다 돈이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콘서트 티켓이나 와인 시음회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더 나은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추억을 공유할 때 더욱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낸 추억이 궁극적으로 결혼생활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되는 법이다. 돈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돈보다 중요한 가치, 즉 부부간의 사랑을 돈 때문에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고 감정이 개입된다
원래 부부 간에 전통적인 돈 관리는 여성이 매일 생활에서 가계부를 작성하고 체크를 쓰며 유틸리티 빌을 보내는 반면 남성의 경우 투자를 하는 등 부부의 재정계획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렇게 한다고 해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배우자 개개인의 특성과 장단점을 배려해 이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낫다. 같은 돈을 가지고서도 최대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서로 능통한 분야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떤 토픽보다도 재정적으로 불일치를 이뤘을 때 가장 오랫동안 앙금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부관계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정상의 갈등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어려움을 주고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돈으로 인해서 갈등이 생기고 감정이 개입된다면 처음에 두 배우자가 사랑을 기약했던 결혼식 날을 한번 연상해 본다. 그날의 추억과 각오가 모든 금전으로 인한 갈등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것이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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