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과학인가, 예술인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의 영역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한 워싱턴 정치관측통의 말이다. 과학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계량적 접근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계량적 설명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문이 너무 많다. 올해의 대선이 특히 그렇다는 거다.
이제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12년 미국대통령 선거일이. 그러나 시계는 여전히 제로에 가깝다. “이런 적이 없었다. 선거일 한 두 주 전이면 판세의 윤곽은 대체로 드러났었다. 올해의 경우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미국정치 흐름에 정통하다. 그래서 ‘펀디트’(pundit)로 불리는 사람들. 그들의 하나같은 고백이다.
선거정국을 지배하는 어떤 뚜렷한 흐름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각급 여론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백중지세다. 선거일을 불과 사나흘 앞둔 지난 주말 현재 지지율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소수점 이하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은 공화, 민주 양 당의 여론조사결과가 서로 판이하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유권 층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그런데 저마다 마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 여론조사결과에 스스로도 당혹해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더블체크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이번 대선의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그 답의 일부분은 최소한 최근 세 차례의 지난 선거흐름, 다시 말해 지난 10년 간 격변의 정치적 흐름에서 찾아질 수 있지 않을까.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날로 낮아지고 있다. 경제 불황은 장기화 되고 있고 주택시장의 거품은 꺼졌다. 그 와중에 공화, 민주 양당은 갈라서서 파당적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정치기상도다. 그동안 치러진 세 차례의 선거는 이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2006년과 2008년은 민주당 측의 대승으로, 그리고 2010년은 공화당의 압승으로 선거흐름은 이어졌다.
2012년은 그러면. 앞서 지적대로 선거판을 지배하는 강력한 흐름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롬니가 타이드를 탔다든지, 그 반대든지 간에.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백중지세의 여론조사결과다. 그것도 선거일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 다른 말로하면 선거정국은 막판까지 불투명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권 층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면서 다양성을 더해가고 있다. 1992년 클린턴이 승리한 대선 때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수는 8,300여 만이다. 2000년 선거 때 그 인구는 1억으로, 또 2008년에는 1억2,900여 만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괄목할 증가세를 보인 것은 소수계 유권자로, 1992년 전체 유권자 중 82%에 이르렀던 백인 유권자는 2008년에는 74%로 상대적으로 줄었다. 동시에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18~29세) 유권자 인구다. 15~16%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선거에는 18%로 늘어 난 것.
2012년의 유권자 현황은 그러나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공화당은 2008년과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소수계 유권자 인구가 훨씬 더 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무당파 유권자의 급증세다. 퓨 조사기관에 따르면 무당파로 분류되는 유권자는 2009년 현재 36%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격전지로 불리는 플로리다, 네바다 등지에서도 무당파 유권자는 급증세에 있다.
문제는 이들의 표심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더 많은 소수계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 공화당은 반면 히스패닉계의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롬니에 대한 무당파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런 가정 하에서 실시한 공화, 민주 양당의 여론조사는 서로 판이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 전망이 맞을까. 그것은 하루만 지나면 판명될 일.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 지고 있다. 2012년 선거는 내부적으로 깊이 분열된 미국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누가 이기든 자칫 반쪽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같은 대선결과는 그러면 재앙인가.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적지 않은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대승을 거두었다. 득표율에서 최소한 3% 이상 앞서고 의회도 확실히 장악했다. 그 경우 국민으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엉뚱한 정책을 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004년 대선에서 대승을 거둔 부시는 소셜 시큐리티 민영화안을 들고 나왔다. 2008년 대선 압승의 주인공 오바마는 헬스케어개정안을 내놨다. 결과는 모두 정치적 재난이었다.
선거에서 겨우 이긴 약체 정권은 상대 당을 끌어안는 포용정책을 쓰기 마련이다. 때문에 파당정치를 마감시키는 데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다는 것. 맞는 전망일까. 이 역시 두고 볼일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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