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국 동부는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간 엄청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향권 밖의 미국 다른 곳에 사시는 분들은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이번 태풍이 경제와 개인 생활에 가져온 피해는 참담하고 막대하다. 자세한 태풍피해 소식은 여러분들이 관심이 있으시면 미디어를 통해서 접할 수 있어 오늘 여기에서 말씀드릴 필요가 없고,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은 필자가 오늘 쓰려는 얘기는, 이번 태풍의 한가운데서 이를 겪어가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느낀 한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욕과 LA를 오가며 두 군데의 한인생활권에서 동시에 살고 있는 필자가 이번 허리케인을 겪으며 느낀 것이, 이번 동부의 태풍문제가, 앞으로 올, 그렇다, 올지 안 올지가 아니라, 언제 올 것인가의 문제만 남겨놓고 있는 가주의 대지진의 사전경험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필자의 관심이 있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드릴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필자의 생각이 정확하게 독자 여러분에게 와 닿기 위해서는 경험의 공유를 하기전의 조건으로 이렇게 상상을 해주시기 바란다.
무서운 자연의 힘에, 밤새 항복할 수준으로 무섭게 겪은 비바람이 지나고, 새벽에 깜깜한 집에서, 비상등으로 준비한 플래시 라이트로 화장실을 쓰고, 겨우 찬물 샤워를 몇분간 하고, 비상 생수로 목을 축인 다음, 준비한 과일로 굶어 죽지 않을 요기를 하고 어두운 비상계단을 (아무리 높은 빌딩이라도 엘리베이터는 쓸 상상도 하지 마시라) 플래시 라이트로 비추어 낙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내려와서 차를 탄다. 다행히 사전에 위기대처 목적으로 개솔린을 풀탱크 넣어놓은 이들만 길을 나가려는 용기가 생긴다. 개솔린을 사려면 1-2시간 싸울 준비를 하고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동네는 전쟁폐허가 이러리라 싶도록 그냥 지나갈 멀쩡한 길이 없다. 닫긴 길을 헤매어 돌고 돌아 겨우 전깃불이 보이는 인구밀집 지역으로 성공적으로 도착한 뒤에도 따스한 커피한잔 할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20년전 언젠가 필자가 기업가의 경제활동을 아름답다고 한 적이 있다. 어둠과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무언가 따스한 것을 찾는 이들에게, 한 잔의 커피와 샌드위치는 눈물겹도록 고마운 먹거리다. 그리고 어둔 새벽 이러한 고객들을 생각하고 자가 발전기를 돌려 자기 가게를 열어 따스한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노력은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이 될 수 있다. 커피 한잔 팔아서 얼마가 남겠는가. 더구나 미국에서는, 소상인들도 예전 한국에서 보았던 위기에서의 바가지상혼으로 고객들을 애먹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 위기에서 필자가 똑똑하게 본 게 있다. 이런 위기에서, 엄청난 재난이 온 뒤에, 따스한 음식을 파는 비즈니스들이 누구일 것 같은가? 대기업들이 하는 유명한 체인점들일 것 같은가? 엄청난 이윤을 평소에 남기던 큰 비즈니스들일 것 같은가?
동네의 개인소유의 소상인들, Mom-&-Pop shop 들이었다.
유명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체인점들은 전부 나가떨어진 셈이었다. 필자는 한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믿고, 요즘 한참 돈 잘 벌던 한국재벌들이 뒤에 배경으로 있는 한국에서 온 체인 커피집들을 찾았다. 이들 중 한 곳도 문을 열어 따스한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큰 고생 해가며 문 열어 봤자 이윤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일할 종업원들을 불러 모으기 힘들어서였을까. 큰 자본으로 동네 영세업자들을 기죽이고, 쉽게 벌어 버릇이 되어서였을까. 기업가정신이 썩어서였을까.
필자가 사는 콘도는 뉴저지에 있고, 가르치는 대학은 업스테이트에 있고, 관계 은행은 맨해튼에 있어서 이번 위기에서 어느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곳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스몰 비즈니스의 귀중한 상혼을 보고 느꼈다. 그리고 이를 한인사회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커피가 조금 입맛에 덜 맞더라도, 그 동네가게의 주인이 일본출신이더라도, 그 가게의 디자인이 한국에서 온 체인점보다 조금 덜 세련되어 있어도, 필자는 앞으로 항상 동네 여러 곳의 개인소유의 영세가게들을 쓰리라 이번에 다짐하게 되었다. 독자여러분들도, 위기가 온 다음에 우리가 기대어 살아야할 비즈니스들은, 디자인이 조금 세련되고 우리 입에 달도록 무언가 재주피운 그런 체인점들보다도, 성실히 우리 옆에서 살고 문을 여는 조그만 영세 소상인들이란 것을 아셨으면 한다. 그들의 정신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한 기업가정신이다.
그리고, 남가주에 사시는 여러분들 중 아직 대지진 비상용품 세트를 준비하지 않으신 분들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나가서 준비하시기 바란다. 사서, 차고 구석에 두고 잊어버리시라. 위기가 온 다음에 그 고마움을 아시게 될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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