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위기국면을 서서히 벗어나면서 한인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금년 들어서만 주가가 7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찌감치 투자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한인들은 아쉬움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하지만 주가상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반 개미투자가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 한인 은행들의 주가는 실적이 후행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월스트릿의 기관투자금이 유입되면서 선행적으로 형성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는 분명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수년 전 돈을 쏟아 부었던 개미투자가들은 여전히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유입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일반 투자가들 또한 재미를 볼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주식시장의 구조와 생리가 그렇다.
주식에 돈을 투자해 불리겠다는 개미들의 바람과 달리 주식시장은 종종 이들에게 무덤이 된다. 이런 사실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또 다시 확인됐다. 금년 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개인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사들였던 종목 10개는 평균 18%가 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은 평균 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미들이 날린 돈만 20조원이 넘는다. 그런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수익을 챙겼다.
제조업과 달리 주식시장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무리 금융거래를 반복해도 쌀이 생산되거나 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주식의 소유권만 계속해 바뀔 뿐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지 않는 가운데 누군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잃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의 합산이 0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시장을 주도해 주가를 한껏 이끌어 올린 투자가가 빠져나가면서 챙기는 수익은 나중에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 것이다. 이 같은 성격 때문에 주식시장을 거대한 ‘폰지게임’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게임에서 기관투자가와 개미투자가들 가운데 누가 유리할지는 물으나 마나다. 주식투자는 정보싸움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있어 개인투자가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정보능력의 차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기관투자가들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에 따라 주식을 팔 때와 살 때를 결정한다. 그러나 개미들은 독립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흐름을 쫓아가는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면 몇 발짝 늦거나 막차를 타기 일쑤이다.
개미들의 실패는 인간의 본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탐욕의 역사’를 저술한 데이빗 사마가 지적하고 있듯 인간은 투자를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자신만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성향이 있다. 사마는 이것을 ‘절도범 기질’이라고 부른다. 이런 착각 속에 지르는 투자가 온전한 수익으로 되돌아오기는 힘들다.
물론 개미투자가라고 100%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주식투자를 해 재미를 봤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바로 당신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로 알토란같은 돈을 까먹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 그만큼 개미들의 성공은 드물다.
그러나 항상 실패보다는 성공 스토리가 뇌리에 깊게 박히는 법이다. 밤하늘은 어둡고 컴컴하지만 반짝이는 별빛으로 기억되듯 말이다. 소수의 성공이 발하는 광휘는 다수의 실패를 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수많은 개미들은 오늘도 환상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식시장 회의론이 점차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처럼 꽤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던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런 회의론 자체가 주식시장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는다. 어쩌다 한 번 맛본 투자 재미와, 아주 드문 성공의 소문에 현혹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은 그저 그런 정보력과 분석력,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자본력을 가진 보통의 개미투자가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세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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