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짜증을 자주 내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해 우려를 갖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나타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세밀히 관찰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조울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 조울증에 대해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에게 알아봤다
최근 10년간 수십배 증가 성장통과 혼돈 병 키워
경험 많은 전문의 충분한 관찰과 평가 통해 진단
■ 자녀가 겪는 조울증이란
아동 조울증, 또는 소아 조울증이라고 하며, ‘양극성 장애’라고도 한다.
성인에게만 발병한다고 믿었던 조울증이 미성년자에게도 생기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아직도 이 진단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점점 많은 자녀들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울증으로 진단받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동과 청소년들이 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회수가 약 40배가 넘게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과잉 행동장애(ADHD)와 함께 동반되거나 오진이 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인이 겪는 일반적인 조울증과는 달리 아동 조울증은 급작스러운 기분의 변화, 과잉 행동 및 과잉 에너지와 이를 뒤따르는 무기력함, 강렬한 감정발작이나 분노의 표출, 짜증을 내고 반항을 하는 행동 등이 주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단히 변화무쌍한 감정의 기복과 함께 드러나는데, 이를 잘못 이해할 경우 자녀가 거의 고질적이고 습관적인 ‘짜증’을 내는 성격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 성장과정과 혼돈 말아야
만일 다음의 증상들이 한꺼번에 보인다면 전문가에게 문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증상은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노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심한 우울증을 보일 수 있다. 또 몇 시간 사이에 기분이 급하게 바뀌거나, 폭발하듯 크게 분노를 하는 행동, 심하게 불안해하는 모습, 심한 반항과 눈에 띄게 떨어지는 집중력, 수면부족, 폭식, 충동적인 행동, 위험한 행동 시도, 자학, 끊임없는 생각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감별진단의 조건이 아니고 어떤 면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일 수 있어 쉽게 속단해서는 안 된다. 이런 오판은 자칫 병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춘기의 자녀는 부모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위의 증상들이 모여 자녀에게 큰 문제가 자주 생기게 되거나 생활에 지장이 오게 된다면 부모나 가족은 더욱 신경을 써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이런 증상을 ADHD나 우울증의 모습으로 보고 치료의 방향을 다르게 잡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성년에게는 약물치료 등의 옵션이 부족해 치료가 쉽지 않은 증상이다.
■ 원인
조울증은 성인과 아동 모두 유전의 영향이 크다. 부모나 친척이 조울증의 증상을 가졌다면 자녀가 이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저스틴 최 박사는 “이 증상은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만약 부모 중 한쪽이나 양쪽이 조울증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가 이 질병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10%에서 20%까지 확률상 높아지게 된다”며 “과거 가족의 약물이나 알콜중독 경력, 이민의 스트레스, 가족의 경제적인 스트레스 또한 소아 조울증 발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치료에 협조를 하려하지 않는 경향이 많아 가족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 진단과 치료
미성년은 조울증 감별과 진단이 참 까다로운 때이다. 이 시기에는 워낙 변화가 많은 성장기이고, 과잉 행동장애와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이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앞에서도 잠깐 소개했듯이 미성년 조울증을 ADHD, 품행장애, 정신분열증 등으로 잘못 판단해 엉뚱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ADHD와 혼동해 중추신경 자극제로 치료를 받을 경우 오히려 충동성, 공격성이 심해져 기분 주기의 변화 굴곡이 깊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아가 충분한 시간을 통해 관찰과 철저한 평가를 거쳐야 정확한 최종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래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에는 약물치료, 환자 및 보호자 교육, 그리고 심리치료가 병행이 돼야 한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치료는 증상 완화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가족과 환자 모두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들뜬 상태-가라앉은 기분 교대, 혹은 동시에 표출
■ 자녀 조울증 증상들
조울증이란 극단적으로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인 ‘우울증’이 교대로 또는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즉 조울증이란 두 가지 상태 중 한 가지로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조증 증상
- 급격한 수면시간 감소가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이 동반돼야 정상이지만, 반대로 에너지가 넘치고 며칠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는 수도 있다.
- 비정상적으로 자신감이 높아진다. 망상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이 초능력을 가진 또는 영화의 주인공인 것처럼 확신하는 태도를 보인다.
- 말이 빨라지고 많아진다. 대화의 주제가 계속 바뀌고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말을 많이 하게 된다.
- 기분 변화가 자주 있다. 상황과 맞지 않게 행복해 하거나 웃는 모습, 또는 매우 짜증을 내거나, 화내는 것, 안절부절 못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 위험한 행동을 반복한다.
▲우울증 증상
- 우울해 하며 지속적으로 슬픈 감정 또는 자주 우는 모습을 보인다.
-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한다.
- 두통과 복통 등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한다.
- 힘이 없고, 항시 피곤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따분함을 호소한다.
-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과식이나 거식 등 식사와 수면에 변화가 온다.
- 평소 좋아하는 활동에서 느끼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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