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시위대가 태극기의 네 괘를 바퀴벌레 모양으로 바꾼 뒤 한명씩 발로 밟고 지나가는 사진이 뒤늦게 인터넷에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영상은 7월 22일 오사카 우익단체 시위현장에서 촬영됐는데 한 남성은 태극문양을 ‘펩시콜라 마크’라고 비웃기도 했다.
추악하고도 졸렬한 이 영상을 18일 저녁 한국 뉴스에서 보고 가슴에 불이 이는 것 같았다. 한인이라면 누구나 이 유치한 일본인의 행태에 화가 날 것이다. 남의 나라 국기를 밟는 불결한 운동화들은 아직도 독도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못한 군국주의자들의 군홧발에 다름없다.
요즘 한인사회에서도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고 팰팍에 세워져 있는 기림비에 새겨진 문구인 ‘위안부’(Comfort Women)를 ‘성노예’(Sexual Slavery)로 바꾸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현재 ‘독도’를 놓고 억지를 피우는 일본에 맞서 전 국민 참여 독도 플레시몹 (Flashmob)행사가 열리고 있고 이는 유튜브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독도는 우리땅’ 노래 출시 30주년을 맞아 원작자 박문영씨가 현 실정에 맞게 가사를 수정하고 신인연기자와 가수들의 재능 기부와 거리 시민들의 참여로 올해 2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시작되어 부산역, 제주공항 등 전국을 돌며 진행되고 있다. 그 외 여고생, 대학생, 군인들이 하는 독도 플레시몹 등 다양한 계층과 여러 단체들이 경쟁하듯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이 중 가장 감명 깊은 것이 지난 7월 17일 구리시 서울삼육중학교 남녀학생 수백명이 한 독도 플레시몹이다.
이들은 독도 현지체험 학습으로 독도로 직접 가서 심한 풍랑에 배멀미한 것이 언제냐는 듯 밝고 환한 표정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조선땅/ 독도는 우리땅”을 신나게 노래하고 춤춘다.
원래 플레시몹은 서로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과 전자메일, 셀폰 등을 통해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동안 주어진 놀이를 하고는 각자 갈 길을 가는 깜짝쇼이다. 네티즌들이 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일종의 해프닝인 것이다. 2003년 6월 뉴욕 맨하탄 호텔 로비에서 200여명의 사람들이 15초 동안 박수를 친 뒤에 순식간에 흩어진 것이 플레시몹의 시초가 되었고 곧이어 미국과 유럽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207명의 사람들이 마치 얼어붙은 듯 멈추어 서 있다가 잠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사라진 플레시몹이었고 마이클잭슨 추모 플래시몹, 오프라 윈프리 쇼를 위한 플래시몹 등도 네티즌이 즐겨 찾는다. 한국에서는 ‘2009 대구국제 오페라 대회’ 홍보를 위해 부산역을 비롯 주요도시 기차역에서 한 오페라 플래시몹이 잘 알려져 있다.
플레시몹은 초창기에는 무목적성으로 일상 속에서의 일탈을 위해 만난 사이인 만큼 서로에 대한 신상정보를 묻지 않고 플래시몹 진행 후 행인을 가장하여 해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렇게 유희의 목적이 강했던 플래시몹은 행사 홍보, 정치적 의견, 집단적 의사표출 등으로 그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가수 싸이의 뮤직 비디오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2억 2,0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비디오처럼 ‘독도 플레시몹’에 이어 ‘위안부’, ‘강제징용’, ‘독도’ 등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계속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일본을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풍자하는 뮤직 비디오가 나오길 기대한다.
검고 어두운 역사지만 진실을 전달하되 뭉클한 감동과 웃음이 있는 블랙 코미디로 만들어진 뮤직 비디오가 ‘전 국민 참여 독도 플레시몹’에 이어 전 세계에 퍼지는 걸 보고 싶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이어 또 하나의 화제작을 만들어낼 소재와 재주가 우리에게는 충분히 있다. 이 방법이야말로 감정 대 감정으로 대하지 않고 새로운 소통방식을 통해 ‘악’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신나는 복수 아닌가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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