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나라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요즘 들어 미국언론들이 저마다 새삼스레 던지고 있는 질문 같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이 증발했다. 한 주가 넘었다. 두 주, 세주 째 들어간다. 시진핑이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게.
그런데 공산당 지도부는 아무 일이 없다는 태도다.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반응도 그렇다. 관련소식을 제공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중국에 아예 질렸다고 할까. 그 상황에서 새삼 던져지는 질문인 것이다.
“전체 국가경제 규모가 320억 달러 규모다. 그 에티오피아의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온갖 소문이 뒤따랐다. 그리고 수주 후 그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에 있는 한 가난한 나라에서의 해프닝은 그렇다고 치고, 머지않아 미국의 경제력을 능가한다는 중국이다. 그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두 주 넘어 증발상태에 있다. 그런데 그래도 되는 것인가.”
블룸버그통신의 지적이다. 그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번쩍이는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최신형 아우디가 거리를 누비고 최신의 이태리스타일 카페가 들어섰다. 그러나 그 나라 권력의 핵심은 공포에 휘둘린, 통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편집광증세의 독재자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 그게 중국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시진핑은 아마 소문대로 등이 아플 수도 있다, 혹은 가벼운 심장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북경당국이 중국 시민은 물론 전 세계에 대해 그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국을 어떻게 보아냐 하나. 여전히 스탈린식 체제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체제는 극히 경직돼 있어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다.
시진핑이 내일이라도 모습을 나타내 권력승계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든, 리커창 이든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으로 이 신문은 보고 있다.
리커창은 업무성취도에 있어 C급으로 평가된다. 반면 업무를 통해 재난을 불러온 경력은 화려하다. 혈액감염으로 에이즈가 만연했다. 그 사실을 은폐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 리커창이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의 고질인 부패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일가의 재산이 수억 달러에 이르고 홍콩에만 수천만 달러어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그들이 과감한 개혁정책을 취할 수 있을까. 태생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진단이다.
‘중국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중국에 대해 미국인이 알고 있는 것, 그것은 대부분이 잘못된 지식으로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내부가 허약한 체제로 심각한 내부 모순에 직면해 있다.” 중국전문가 민신 페이가 다른 각도에서 내린 진단이다.
페이에 따르면 미국은 라이벌 국가를 과대평가하는 증세가 있다. 1970년대 소련에 대한 시각이 그랬다.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부패와 비능률로 주요 장기가 썩어 들어가고 있는 공산주의체제, 그것이 소련이었다. 현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같은 시각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이 페이의 주장이다. 중국발로 전해지는 최근의 뉴스들은 그 하나하나가 중국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 뉴스가 우선 그렇다.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수출이 감소되면서 부실대출이 쌓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정치다. 중국공산당은 권력과 부, 모두를 움켜쥐고 있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결코 양보하려 들지 않고 있다. 끝을 모를 부정부패, 극심한 양극화현상, 하루 500건이 넘는 대규모 시위사태, 날로 심각성이 더해가는 환경문제. 중국이 앓고 있는 모든 질병은 모두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불길한 뉴스는 권력교체기를 맞아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전례 없이 심각한 내홍의 상태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봄 보시라이 실각은 그 서막이다. 후진타오의 오른 팔로 알려진 총리 비서실장 링지후아의 돌연한 좌천이 그 2탄. 그리고 이번에는 시진핑 증발소동이다.
“미국은 ‘레짐 체인지’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중국정책을 펴야한다.” 페이의 주장이다. 현 중국공산당 체제는 사실에 있어 극히 허약한 체제로, 경기후퇴, 또 SNS로 대변되는 새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예기치 않은 민주화로의 전이도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
그 민주화 전이 시기를 앞으로 20년 안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전망도 내어 놓았다. “그럴 경우 북한은 하루아침에 붕괴되고 한반도는 통일되는 등 아시아의 정치지도는 구조적 변모를 겪을 것이다.”
그 전망이 과연 맞을까. 2012년은 어찌됐든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끔찍한 한 해’(annus horrbilis)가 될 것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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