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은행간 금리인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한국에서는 리보로 발음)의 조작은 오래전부터 세계금융시장의 본거지인 영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양도성 정기예금증서’(NCD, 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금리가 딴 시장금리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담합 혹은 조작에 의해 내려가지 않아 이 금리를 기준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는 주장을 금융소비자연맹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 이 두 기준금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금리조작의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LIBOR는 영국은행협회가 선택한 지정은행들이 서로 간에 무담보로 빌릴 수 있는 평균 이자율이다. 각 화폐별로 최저 8개 은행에서 최고 16개 은행이 지정된다. LIBOR에는 하나의 금리가 있는 것이 아니고 10개국 화폐(영국, 미국, 유로, 캐나다, 일본, 호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뉴질랜드)에 15개의 만기일 (하루, 1주일, 2주일, 1개월부터 12개월)에 해당하는 금리가 따로 있다. 그러므로 합하여 150개의 금리가 LIBOR에 있는 것이다.
지정은행들은 매일 각기 자기들이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는150개의 금리를 예측하여 영국은행협회를 대행하는 정보수집회사 탐슨 로이터즈에 보고한다. 탐슨 로이터즈는 보고 받은 금리 중 가장 높은 15%와 가장 낮은 15%를 제외하고 남은 금리의 평균 이자율을 계산하여 LIBOR로 발표한다. 장기 부동산 이자율을 비롯하여 세계의 많은 대출이자가 LIBOR를 기준으로 몇 퍼센트를 더하여 결정되어 있다. 독자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은행대출금리가 LIBOR+몇%라고 되어 있는 융자서류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일반상식과는 반대로 몇 지정은행들은 자기들이 내야 할 예상이자율보다 더 낮은 이자율을 보고하였다. 그 이유는 강한 은행은 약한 은행보다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적게 내게 됨으로 일부러 자기은행의 신용을 실질 신용보다 더 좋게 투자자들에게 보이려고, 또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를 올리려고 일부러 낮게 보고 한 것이 정부조사로 밝혀졌다. 이 LIBOR조작으로 대출한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았으나 돈을 빌린 사람들은 덕은 봤다.
이와 정반대로 한국에서는 양도성 정기예금증서 CD이자율이 시중 금리는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 담합이나 조작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많은 일반시민대출의 이자율이 CD이자율을 기준으로 책정되어있어 이 주장이 사실이면 수많은 대출자들이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CD는 무기명 정기 예금증서이다. 만기일 전에는 해지가 불가능하여 돈을 찾을 수 없으나 제 3자에게 양도, 즉 팔 수 있다. 주로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를 통하여 만기일 전에 매매거래가 이루어진다. 이자율은 예금증서에 표시되어 있지 않고 CD 수익률(할인률, 선이자율)에 근거하여 산출된다. 예로 90일 만기 1,000만원 CD를 은행에서 980만원을 주고 산 첫 예금주는 만기일까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8%(1,000-980=20/1,000x360/90)의 수익률을 얻게 된다.
금융투자협회는 10개 증권사로부터 오전과 오후 CD금리 보고를 받아 최저와 최저를 제외하고 남은 8개 금리를 평균하여 CD 금리를 발표한다. 문제는 CD거래가 매일 이루어지지 않으나 매일 보고해야 함으로써 예상금리를 추측하여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였다는데 있다.
과연 10개 증권사들이 담합이나 조작을 하여 고의적으로 CD금리를 높게 책정되도록 했을까? 은행이 일부러 더 높은 이자를 주고 CD를 발행했을 리도 없으며 또 증권사들이 높은 CD이자율을 보고하여 덕을 볼 것이 없다. 10개 증권사들 간에 담합이나 조작이 있었는지는 정부당국의 조사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거래가 없는데도 금리를 보고해야 하니 그 전 금리를 그대로 보고하여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나는 본다.
CD이자율을 다른 대출의 기준이자율로 사용하기 보다는 거래량이 많고 또 매일 거래가 이루어지는 몇 개의 대출이자들을 거래량에 따라 무게를 달리하는 가중이자율을 산정하여 기준이자율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정직이 최선책’(Honest is the best policy)이라는 격언이 얼마나 옳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청광 퍼시픽 스테이츠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