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을 음악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2012 할리웃보울 시즌이 한달 남짓 남았다. 경기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만큼 올해 할리웃보울은 어느 해보다 빈 자리가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콘서트들은 대성황을 이루어 식지 않는 그의 인기를 보여주었다.
‘떠오르는 디바’ 마르티네즈
흥겨운 노래로 빛나는 공연
도밍고와 이중창 청중 매료
지난 7일 열렸던 두다멜과 첼리스트 요요 마의 연주와 19일 밤의 두다멜-도밍고 협연은 1만8,000여석의 좌석이 한자리도 남지 않고 완전 매진되는 성황을 이뤘다.
특히 지난 일요일 밤의 콘서트는 LA음악계의 두 거장인 LA오페라 총감독 플라시도 도밍고와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처음으로 함께 연주한 무대로, 더할 수 없이 환상적인 연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이 콘서트에는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Ana Maria Martinez)가 함께 출연, 도밍고와의 멋진 이중창을 들려줘 환호와 갈채를 받았는데 사실상 이날 음악회는 그녀의 무대라 해도 좋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마르티네즈는 지난 2월 LA오페라의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아 도밍고와 열연했었는데 마스크는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요즘 배우 뺨치게들 예쁜 클래식가수들에 비하면) 너무 수려한 공연을 보여줘 무척 감동받았었다. 음색은 앨토와 메조소프라노의 것처럼 깊고 굵고 윤택하며 풍요로운데 그 음성으로 소프라노 음역까지 소화하니 얼마나 소리가 시원하고 아름다운지, 게다가 풍부한 감정표현에 자신감 넘치는 발성, 매끄러우면서도 정확한 가사전달력까지 갖추고 있어 세계적인 디바로 떠오르는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날 연주회는 오페라 서곡과 아리아들, 뮤지컬과 영화 삽입곡 등 짤막짤막한 연주와 노래를 앵콜까지 총 20곡이나 들려준 대단히 즐겁고 흥겨운 음악회였다. 도밍고와 마르티네즈는 각각 독창을 6곡씩 하고 둘이 이중창을 4곡 불렀는데 1부는 오페라 ‘세빌랴의 이발사’와 ‘리골레토’의 아리아 등 클래식 레퍼토리로, 2부는 ‘마이페어 레이디’ ‘오즈의 마법사 오버더 레인보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 등에다 라틴음악 ‘베사메 무초’에 ‘그라나다’까지 곁들여 할리웃보울에 꼭 어울리는 무대를 연출했다.
조금 안타까웠던건 도밍고의 목소리가 세월을 못 이기더라는 것. 71세를 넘긴 그가 여전히 테너로 노래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위대한 음성을 들려주지는 못했다. 올 초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처음으로 음역을 바리톤으로 옮겨 노래했던 그는 다음달 LA오페라의 시즌 오프닝 공연 ‘포스카리 가의 두사람’(Two Foscari)에서도 바리톤 주역을 맡아 노래한다. 바리톤이 아니라 뭘로 옮기더라도 이 위대한 가수가 계속 무대에 서주기를 기대한다.
<정숙희 기자>
꼭 봐야 할 남은 공연
이구데스만 & 주‘음악과 유머’콘서트… 새라 장 LA필 협연
올해 할리웃보울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인들이 꼭 가보면 좋을 음악회가 2개 남아있다. 9월6일 ‘이구데스만 & 주’의 ‘음악과 유머’ 콘서트와 11일 새라 장의 LA필하모닉 협연이다.
▲이구데스만과 주(9월6일 오후 8시)
영국계 한국인 피아니스트 주형기(Richard Hyung-ki Joo)와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Aleksey Igudesman)이 팀을 이룬 ‘이구데스만과 주’(Igudesman & Joo)는 클래식에 코미디를 결합한 ‘작은 악몽의 음악’(A Little Nightmare Music) 공연으로 전세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날 할리웃보울에서는 ‘큰 악몽의 음악’(BIG Nightmare Music) 공연을 펼친다.
브람웰 토비가 지휘하는 LA필은 이날 ‘이구데스만과 주’와의 연주 외에도 피아니스트 이논 바나탄(Inon Barnatan)과 벤자민 호치맨(Benjamin Hochman) 협연으로 스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Till Eulenspiegel)과 생상스의 ‘동물 사육제’도 연주한다.
정상급 실력의 연주자들이며 12세부터 친구인 주형기와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모습을 다양한 개그로 풍자해 무대에서 망가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폭소를 자아내면서 유튜브 동영상이 3,000만 조회를 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다멜을 비롯한 전세계의 수많은 유명 음악가들이 이들의 ‘팬’이라고 고백하는 등 동서고금 남녀노소 구분없이 배를 잡게 만드는 공연을 창조하는 두사람은 한편 진지한 연주자이며 작곡가로도 활약이 대단하다.
특히 강렬한 카리스마의 주형기는 그가 편곡해서 연주한 빌리 조엘의 음반(‘Fantasy & Delusion’ 소니 클래식)의 피아노곡이 18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백악관 초청공연을 포함해 앨리스 툴리홀에서 개최된 쇼팽 타계 150주년 갈라콘서트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의 수차례 공연은 물론 비엔나, 마드리드, 파리, 폴란드, 스위스, 그리고 영국의 위그모어 홀에서 그의 피아노 트리오(‘Dimension’)과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새라 장(9월11일 오후 8시)
할리웃보울 명예의 전당 아티스트인 새라 장(사진·Sarah Chang)은 해마다 초청되는 인기 바이올리니스트로, 올해는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브람웰 토비가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번스타인의 뮤지컬을 할리웃 음악가 데이빗 뉴먼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본보가 미디어 스폰서로 후원하는 이날 콘서트는 전부 미국인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레퍼토리가 꾸며진 아메리칸 나잇이다. 어쩌면 공연날짜가 9월11일이라 911을 기리는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라 장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협연 외에 조지 거슈인의 쿠바 서곡(Cuban Overture), 아론 코플랜드의 ‘링컨 초상화’(A Lincoln Portrait)와 ‘빌리 더 키드 모음곡’(Billy the Kid Suite)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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