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지도를 보면 일본 열도의 면적은 한반도의 2배가 안 되지만 바다까지 합친 양국의 면적 차이는 10배가 넘는다. 일본의 가장 서쪽 섬 센카쿠 열도는 대만 코앞에 있고, 가장 남쪽 섬 오키노도리의 위도는 필리핀 북단과 거의 같다. 가장 동쪽으로는 일본에서 하와이 쪽으로 1/3쯤까지 나아간 곳에 미나미도리가 있다.
지도에서 일본 바다는 마치 북태평양 서쪽 대부분을 차지해 한반도를 완전히 포위한 모양새다. 한국이 일본 바다를 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길은 대만해협뿐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 해양영토가 국제법상 모두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바다확장정책은 집요하고 끝이 없다.
바다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 게 인류역사다.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21세기가 정보시대라지만 바다의 시대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해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바다 밑의 노다지를 캐내기 위해 각국은 가용한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한다. 일본은 이들 나라 가운데서도 최선두를 달린다.
올해는 임진년이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일본과의 해전에서 전승을 올린 덕이다. 23전23승 기록은 세계해전사상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이라면 오늘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시절 일본 관료의 망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일본의 ‘버르장머리’는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전면적인 외교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독도 영유권문제를 정면으로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하고 위안부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등 일본의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말한다. “드디어 한국이 걸려들었다”는 식이다.
독도문제는 정부 간 기싸움의 문제도 아니고 이론대결의 문제도 아니다. 국력의 문제다. 국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지금 한국이 실효지배 중이라도 언젠가 빼앗길지도 모른다. 전장으로 나가는 이순신 장군은 말한다.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정중하기를 태산과 같이 하라.”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국면전환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할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나서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선전해줬다는 점에서 ‘오버’한 측면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 우리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사람에게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말할 경우 얼마나 많은 일본인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열변을 토하는 우리의 입만 아플 뿐이다. 영토문제는 타협의 문제가 아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고, 영유권을 뒷받침할 모든 논리적·사실적 근거를 갖고 있다. 일본이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빼앗길 가능성은 없다. 이순신 장군의 말대로 독도문제는 정중하기를 태산과 같이 대해야 한다.
7년간의 임진왜란이 끝나고 평화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은 배를 만들었다. 반면 조선은 전쟁이 끝났다고 보고 이순신 장군을 투옥했다. 이런 한국은 일본에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이 이처럼 발전한 것은 수출상품을 들고 바다로 나간 덕분이다. 지구촌에 해가 지지 않은 ‘대제국’인 200여개의 한인사회를 세운 것도 바다로 나간 덕이다. 독도는 단순히 ‘우리 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일본의 포위망을 뚫고 바다로 뻗어나가는 첫 번째의 중대 관문이다.
어디 독도뿐인가. 중국은 이어도 해역을 자국 영해로 여긴다. 중국이 어느 날 이어도의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그때도 ‘이명박 스타일’이 먹혀들까. 영토문제는 독립운동 하듯 할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치밀하고 느긋하게 당당하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기원탁 토론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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