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란 불란서 정치학자가 19세기 초에 미국에 와 보고 놀란 것 중 하나는 미국인들의 대단한 단체 가입 열기였다고 역사책들이 언급한다. 미국 사람들처럼 개인들이나 지역사회의 관심과 이익이나 직능에 관련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단체를 형성하기를 좋아하는 국민들은 드물 것이다. 단체 조직의 자유와 불평 해소를 위해 정부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같은 이익 단체 또는 압력 단체들 중 콜로라도 주의 컬럼바인, 버지니아 텍, 애리조나의 투손, 콜로라도의 오로라 그리고 위스콘신의 밀워키 소재 시크 사원 등의 대량 학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급되는 단체가 ‘전국 총기연합회’(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다. NRA가 연방 헌법 수정 제2조에 나와 있는 시민들의 무기소유권을 제한하는 어떤 종류의 입법도 철저히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NRA는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몇 해 후인 1871년에 뉴욕에서 조직된 단체다. 북부군 장교들의 전쟁 경험으로 볼 때 제대로 소총을 겨냥할 수 있는 군인들이 10명 중 하나 정도였기 때문에 소총 조준 사격기술 등을 훈련시키고자 하는 목적과 동호인들의 친목연합 목적으로 출발했다. 서부 개척 시절이라 민간인들의 총기 사용이 항다반사였기 때문에 그 조직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남북 전쟁 때 북부사령관이다가 18대 대통령이 된 율리시스 그랜트가 NRA의 제8대 회장이었던 사실에서도 그 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말고도 7명의 미국 대통령들이 NRA 회원들이었다. 테오도르 루즈벨트, 윌리엄 태프트,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그리고 아버지 부시는 모두 공화당 출신이고 민주당 출신 NRA 회원은 케네디 한 명 뿐이었다.
연 회비는 35달러라지만 회원 수가 410만이니까 1년 회비 수입만도 1억달러가 훨씬 넘고 또 곳곳에 사격장을 운영하며 연례대회 등 각종 회의 때 총기 제조회사들과 기타 회사들에게 제품 판매 부스 설치를 허락하면서 받는 임대료 등 2004년도 총수입은 2억500만달러 이상이고 지출은 2억60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NRA의 최고 책임자 연봉은 그해에 900만덜러였고 NRA의 로비 책임자의 보수도 그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NRA가 청소년들의 총기 안전사용에 대한 세미나 등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있지만 총기 규제에 대한 철저한 반대를 하는 것은 미국이 총기에 의한 살인이 제일 많은 나라가 되게 한 배경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 주 투손 지역 출신 기퍼즈란 하원의원의 선거 사무장을 세 번 역임했었다는 마이클 맥널티 변호사의 NRA에 대한 신랄한 비난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작년 1월 투손시의 어느 쇼핑센터에서 대민 접촉을 하던 기퍼즈 부근에 몰려 있던 사람들에게 자동 권총을 난사하여 아홉 살짜리 소녀를 포함하여 여섯 사람을 죽이고 기퍼즈에게 중상을 입혀 의회를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에 대해 그가 특히 의분을 느끼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는 NRA가 시민들의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한다는 주장을 일소에 부친다. 누가 권총으로 또는 100발 탄환을 장착한 공격용 소총으로 사냥을 하느냐는 반문이다. NRA에서 공격용 소총 판매를 금하거나 제한하려는 어떤 입법적 움직임도 반대하는 것은 사냥을 스포츠처럼 생각하는 회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총기제조업자들의 권익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맥널티 변호사는 NRA가 작년에는 총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테러리스트 요주의 인물 명단과 비교하려는 움직임마저 반대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대량학살 사건이 있을 때마다 최근 오로라 시의 심야 배트맨 상영 때 범인이 난사했던 권총이나 공격용 무기의 판매가 급증한다는 예를 든다. NRA가 무기의 무제한 구입을 옹호하고 범죄의 희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기의 소지가 필요하다고 선전하는 것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1년에 300만정씩이나 팔리는 권총 제조업자들의 시장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9.11 사태 때 죽임을 당한 3,000명 희생자들 수의 세 배가 매년 총기 난사나 발사로 희생되는 실정은 미국의 비극이고 수치다. 그럼에도 수정헌법 제2조를 고쳐서라도 미국의 비극을 막자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은 눈을 씻고 보려고 해도 없다는 사실은 미국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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