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과 함께 경기가 끝났다. 2 대 0. 한국이 승리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붉은 악마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결국은 해 냈구나…. 한국의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참으로 끈질긴 운명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말이다.
NBC 스포츠 해설가는 앞으로 다가올 축구의 아시아 시대를 말하고 있다. 동메달 결정전을 아시아 국가들이 벌인 전례가 없다는 얘기다. 브라질과 멕시코를 상대로 당당하게 싸운 한국과 일본 팀의 전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면서 두 나라가 축구의 아시아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리고 있다. 아시아축구에 대한 찬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8월이다. 반(反)일의 내셔널리즘 열기가 넘치는 달이다.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달이 8월이고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달도 8월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위안부문제가, 독도문제가 불거지면서 반일의 파도는 더 거칠게 몰아치고 있다.
일본을 누르고 한국 축구가 올림픽 동메달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수 시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그 행보를 둘러싸고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반일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떠 올려 진다. 거침없이 이루어지는 일본 성토.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 하는 것이다.
“이웃 관계다. 동아시아지역을 통틀어 유이(有二)한 완전한 자유민주체제다. 아시아국가로 OECD에 가입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클럽 회원이고 미국의 동맹국이다. 지리적으로, 또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에 있어서도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그러나 번번이 갈등에 휘말린다. 과거 역사에 관한한 이 두 나라는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 3자가 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토를 단다. “일본은 과거를 잊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은 결코 과거를 잊으려 들지 않는다. 과거를 현재의 시각으로 계속 보려든다.”
일본은 가해자다. 한국은 피해자다. 그런 면에서 이 같은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특히. 그러나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거침없는 일본 성토, 그것도 일개 누리꾼도 아닌 정치지도자들의 일본을 향한 원색적 발언은 제3자의 진단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까.
“올해는 임진년이다. 420년 전 일본이 일으켰던 임진왜란으로 수 없이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고 아름다운 우리강산이 유린당했다. 그 침략의 역사가 반복될 수는 없다.”
한일정보보호 협정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파문과 관련해 민주 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한 말이다.
러시아와도 맺고 있는 정보보호협정이다. 일본과 그 협정처리를 우물쩍 처리하려다가 들켰다. 그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면서 자위대의 군홧발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는 위험이니 하는 주장을 편 것이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반일감정을 조장했다. 그러면서 반사이익을 취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 서슬에 이명박 정부는 꼬리를 내렸다.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없던 일로 해 버린 것이다. 외교적 예의를 무시하고 나간 것이다.
그 백래시가 만만치 않다. “과거를 잊는 것은 한눈이 머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에만 함몰해 있으면 두 눈 모두 멀게 된다.” 한국문제 전문가 랄프 코사가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한 말이다.
영국의 지한(知韓))파 논객 에이디언 포스터-카터는 더 한 혹평을 하고 있다. 과거 식민지문제처리에 있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 보다 더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과거에만 함몰케 하고 나. 포스터-카터는 ‘역사 바로 잡기’를 지적하고 있다.
한 세기의 3분의 2가 지난 과거의 일이다. 그 할아버지 세대의 일을 들쑤신다. 이는 마치 북한의 성분조사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친일은 장기 이슈다. 북한은 한국과의 산업화, 민주화 경쟁에서 완패했다. 종북좌파의 남은 공세는 친일 공세다. 그 공세는 현대사의 순수성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역사적 성취를 교란하고 증오를 심는데 주력한다.” 한 한국 내 논객의 지적이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잊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통스런 과거는 분명히 밝혀지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담담히 받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에만 함몰돼 있다는 것은 대일(對日) 콤플렉스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힘과 기(技)를 다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다. 한 마디로 50대 50 대결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결국 한국 편을 들었다. 혼신을 다한 박주영의 드라이브에 일본 수비진이 무너진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은 아시아축구의 도래를 알린 명승부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그 주역으로 전 세계인에게 기억될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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