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주택매물의 부족은 가격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덕분에 매물로 나온 주택은 금새 팔리기 마련. 텍사스의 한 주택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디스커버스프링텍사스>
’올해는 반드시 오른다’던 주택시장 전망. 올해 초만 해도 일제히 꼿꼿하게 머리를 들고 있던 부동산경기관련 지표에 최근 하나 둘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에 각종 부동산시장예측기관들도 주택가격이 ‘오른다’, ‘오르지 않는다’로 양분되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분명히 오른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시장에 매물로 올라온 주택의 수는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사들인 주택을 임대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계속 매물의 수를 줄이고 있는데다 은행들 역시 집값 변동 추이를 지켜보며 압류주택 처분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점도 공급부족의 원인이다.
주택가격은 현재도 오르고 있다. 주택가격 전월대비 상승률을 나타내주는 케이스-쉴러지수의 변동폭을 살펴보면 2월 전달대비 0.1% 증가한 케이스-쉴러지수는 3월과 4월에 0.7%, 5월에 2.2%로 반등을 거듭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도 또한 9일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2012년 2분기에 전국 147개 대도시 지역 중 110개 지역의 기존주택(싱글 패밀리 기준)가격이 작년 2분기에 비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의 경우 2011년 1분기에 비해 가격이 오른 지역이 74곳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주택의 가격은 전국적으로 18만1,500달러였으며, 작년 동기 대비 7.3%상승했다. 모 베이시 NAR회장은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대출금리 덕분에 잠재적 구매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압류주택을 빨리 시장에 내놓아 현재의 공급부족 현상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이 압류중이거나 압류할 예정인 주택의 수는 300만채에 달하지만, 은행은 압류주택을 시장에 풀어놓지 않고 주택가격 오름세를 관망하고 있는 추세다. 모기지 대출회사 프레디맥의 경우, 작년 2분기에는 압류주택의 가격 1달러당 42센트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으나 2012년 1분기에는 1달러당 40센트, 2분기에는 38센트로 점점 손실이 줄어들어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처럼 공급은 부족한 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근거다. 8일 발표된 미국의 2대 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프레디맥은 30억달러의 순이익을, 패니매는 51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2007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대출을 남발해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초래했던 두 회사는 연방정부에서 지원한 1900억의 공적자금을 받고 기사회생한 전력이 있다. 2008년 3분기 순손실만 25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프레디맥은 2011년 2분기까지도 21억달러 손실을 기록했지만 최근 60년 간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 5억달러, 2분기에 30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패니매 역시 2012년 1분기부터 2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2012년부터 모기지대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양사의 영업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설문조사 결과도 향후 주택구매수요가 높아질 것임을 뒷받침한다. 연준은 주요은행의 모기지대출상품을 판매하는 주요은행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8일 발표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프라임모기지(우량담보대출)대출이 늘 것이라는 대답이 최근 14년간 가장 많았을 정도다. 이에 주택시장 정보업체 피저브(Fiserv)는 8일 내년 봄부터 주택가격이 5%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리서치 회사인 젤만앤어소시에이츠는 당초 올해 부동산 가격이 1%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지난 주 오히려 5%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NAR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판매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판매 증가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거래자체가 감소하는데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부동산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높은 실업률이다. 지난 4월 8.1%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5월 7.9%로 소폭 하락했으나 6월 다시 8.4%로 치솟았다. 뉴욕주의 경우, 4월 8.8%, 5월 8.6%, 6월 9.1%로 계속 실업률이 상승했으며, 특히 뉴욕시의 6월 실업률은 무려 10.3%로, 최근 19년간 이보다 실업률이 높았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집을 구매할 여력이 생긴 사람들의 수도 자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1분기 2%에서 2분기 1.5%로 더욱 둔화됐다는 점도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프라임모기지 대출 수요가 강하게 늘 것’이라고 답한 모기지대출 은행 간부들의 비율이 54%에 달한다는 연준의 8일 조사 결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수요가 늘어나지 않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은행들이 모기지 금리를 낮췄지만 대출 기준을 높이는 바람에 비우량담보대출이 어려워 진 것.
모기지금리의 변화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요소이다. 최저수준의 모기지 금리는 지금까지 주택구입수요를 늘렸던 중요한 원인이었으나, USA투데이는 9일 모기지 금리가 2주 전 3.49%에서 지난 주 3.55%, 이번 주 3.59%로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빈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건강하지 못한 부동산 시장을 의미한다. 맨하탄 기반의 부동산회사 시티 해비타츠는 9일 보고서를 통해 맨하탄 아파트의 공실률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공실률은 2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한 1.2%였다. 이는 올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1년 전 맨하탄 아파트 공실률은 0.86%였다. 맨하탄 아파트의 렌트비 역시 함께 치솟고 있어(7월 기준 3,459달러) 렌트비와 매입비의 격차가 좁혀질 때를 노려 매입에 나설 잠재적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8일 프레디맥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연체된 모기지대출금이 1,180억달러에 이른다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6개월 전에 거의 육박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7월, 모기지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은 사람들은 작년 7월에 비해 6% 늘어난 10만4,000가구에 달했으며, 집행된 압류건수는 무려 21%나 늘었다. 이는 신용정보회사 트랜스유니언이 2분기 미국 모기지 연체율이 5.49%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고 밝힌 점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결과이다. 이 같은 상반된 분석 결과에 대해 FTN 파이낸셜의 경제분석가 짐 보겔은 "우리가 아직 바닥을 쳤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대변했다.
<임종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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