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일본. 런던 올림픽이 열린지 한 주가 지난 현재 메달 획득에 있어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나라마다 인구수가 최소한 5,000만이 넘는다. 경제규모에서도 세계 랭킹을 다툰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2차 세계대전의 주역들이다.
역시 그런 것인가. 새삼 스치는 생각이다. 국제정치든 스포츠든 세계는 북반구에 몰린 열강이 중심이고 그 상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 하는 점에서다.
하나의 예외가 있다. 한국이다. 세계무대에서 상수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변수에 불과했다. 그 한국이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이제는 상수(常數)가 됐다. 주역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중동지역. 국제정치를 가늠하는 상수들이다. 이와 함께 형성된 주요 담론의 하나는 미국은 쇠락기를 맞았고 중국이 급부상, 중국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 그리고 그에 따른 세계 에너지 기상도의 급격한 변화는 21세기는 계속해 미국시대가 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낳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지정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너지다. 독일, 일본 등이 2차 대전을 일으킨 것도, 또 그 전쟁에서 패배한 주 원인의 하나는 에너지 부족사태다. 그리고 중동지역을 둘러싼 과거 미국과 소련의 대립도 에너지자원확보가 주 원인이었다.
요즘 들어 제기된 주장은 이른바 피크 오일(Peak-0il)론이다. 석유자원은 고갈상태에 이르러 그 한정된 에너지자원확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무한 경쟁사태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걸프지역은 계속해 국제정치의 주요 축을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전망이 이제는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관련해 기억되어야 할 사람이 있다. 조지 미첼이라는 텍사스의 석유채굴업자다. 그가 기술을 개발했다. 수평시추-수압파쇄기술로, 이는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나란히 한 시대를 연 미국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혈암(頁巖?shale)속에 있는 오일과 개스를 이 기술로 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셰일오일과셰일개스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됐었다. 지하 깊숙이 있는 혈암층까지 뚫고 들어가 시추한다는 것이 기술상의 난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평시추-수압파쇄라는 첨단 시출기술이 개발되면서 이 ‘비전통 석유’는 세계 에너지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게 된 것이다.
이 채굴방식으로 미국은 이미 천연가스 생산에 있어 세계 톱 수준을 달리면서 미국의 국내 천연가스 값은 2008년에 비해 1/4 가격으로 떨어졌다. 또 미국의 전력생산의 절반 이상을 석탄이 아닌 이 값싼 천연가스에 의존케 됐다.
석유생산도 급증하면서 수입은 날로 감소해 앞으로 20년 남짓한 세월 안에 미국의 중동석유의존도는 제로가 될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이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2020년께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정부 보고서는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일대에 3조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고 그 중 절반정도, 그러니까 그동안 알려진 전 세계 석유매장량(1조4747천억 배럴)과 비슷한 매장량은 시추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세계 2위의 천연가스전(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정부 보고서의 결론은 미국 내 에너지 자원 부존량은 중동지역 전체 석유매장량을 포함한 다른 전 세계국가의 에너지 자원 부존량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에너지 노다지 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비유하자면 베를린장벽 붕괴사태라고 말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1973년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금수조치 이후 미국과 서방은 중동 산유국가의 볼모가 되다시피 했다.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예견되고 있는 것이 OPEC의 붕괴이고 대대적인 지정학적인 변화다. 미국이 더 이상 중동지역에 발목이 잡히는 사태는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를 축으로 하는 정책에 매진할 수 있어 동아시아지역의 파워 밸런스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다.
이 에너지 보난자(bonanza)시대의 또 다른 주역은 없는 것인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에너지에 관한 한 같은 중동국가지만 이스라엘은 종속변수에 불과한 존재였다. 그 이스라엘이 머지않아 주요 상수가 된다는 것이다. 변방적인 존재였던 한국이 올림픽 무대의 상수가 됐듯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할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많은 중동국가의 경우 석유는 재앙이 됐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정반대다. 기술력이 있다. 투명성이 보장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제 가치가 지켜지는 곳이다.
그 이스라엘이 아랍 산유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각국이 외톨이였던 이스라엘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 추파를 던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한국은 런던올림픽에서 몇 개의 메달을 따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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