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화계 쌍두마차’윤열수 관장·송규태 교수
▶ 민화전, 오늘 문화원 개막
한국 민화계의 두 거목 송규태 교수(오른쪽)와 윤열수 관장(가운데)은 민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왼쪽은 성기순 민화협회 회장.
송 교수 재연‘몽유도원도’ 전시
윤 관장“한국적 문화로 각광”
오늘부터 16일까지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국인의 얼과 멋’ 민화전은 송규태 교수의 ‘몽유도원도’ 하나만 보고와도 나들이할 가치가 충분할 것 같다. ‘몽유도원도’는 조선 초기 화가 안견이 세종대왕의 셋째왕자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린 산수화로, 안타깝게도 일본의 덴리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그림은 한국서 딱 두 번 전시된 적이 있는데, 송 교수는 그때 침침한 조명 속에서 본 원본과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대형 민화로 재연, 한국 화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몽유도원도’는 미주 한인들에게도 꼭 보여 달라는 성기순 미주한국민화협회 회장의 요청에 따라 송 교수가 8폭 병풍(한폭 49×137cm)으로 새로 그려 직접 들고 온 것이다.
또한 이번 미주한국민화협회 회원전에는 한국 민화의 이론을 정립하고 학술적으로 체계화한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처음으로 LA를 방문, 송규태 교수와 함께 미주 민화작가들을 격려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윤 관장과 송 교수는 민화의 이론과 실기, 양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인 민화계의 ‘쌍두마차’로, 두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관장은 4일 오전 11시 민화 특강을 열고, 12시30분부터는 송 교수의 민화 그리기 시범이 이어진다.
동국대 대학원 교수이며 민화 최고 이론가인 윤열수 관장은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 두 가지가 한글과 민화”라며 “예술적으로나 디자인으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잘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아시아 3개국 한·중·일을 비교하는데 한국에만 독특하게 있는 것이 민화”라고 말한 윤 관장은 “민화는 이름 없는 작가가 그린 그림, 수준 낮은 그림이라고 무시당해왔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많은 박물관들이 가장 한국적인 예술로 민화 컬렉션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40여년간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민화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윤 관장은 “민화는 작가, 연대, 계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었지만 꾸준히 민화찾기 작업을 벌인 결과 많은 작가를 찾았고 특히 강원도에서 나온 민화는 80% 이상 작가와 연대를 밝혀냈다”면서 “민화작가들은 떠돌이 화가나 수준 낮은 사람들이 아니라 상당히 유식했고 수준 높은 작가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관장은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민학회·서울시박물관협의회·한국민화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출판문화상과 사립박물관 운영공로상을 받았으며, ‘민화이야기’(1995)를 비롯 18권의 민화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한편 용 그림으로 민화시범을 보여줄 송규태 화백은 1957년부터 민화를 그리기 시작, 끊어져가던 민화의 전통을 부활시킨 근현대민화의 선구자로서, 무형문화재 추대 움직임이 있을 만큼 대한민국 최고의 민화작가로 손꼽힌다.
송 교수는 “민화는 18세기에 시작돼 196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으나 해방과 전쟁, 혁명을 겪으면서 맥이 끊겼다가 70년대 재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60~70년대만 해도 민화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민화 인구가 놀랄 정도로 증가해 보람을 느낀다”면서 “특히 남가주 민화작가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 한국보다 수준이 높을 정도”라고 격려했다. 홍익대 미대와 동방불교대, 명지대 교수를 역임했고,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을 지낸 송 화백의 작품은 청와대와 정부주요부처 건물들, 주한미대사관, 박물관들을 비롯해 튀니지와 알제리의 대통령궁에 소장돼 있으며 어바인 시청도 십장생을 소장하고 있다.
성기순 민화협 회장은 “10년 전 처음 송규태 교수에게 사사하며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매년 방학 때 모셔와 미주에 한국 전통민화를 심어주려 애쓰고 있다”고 말하고 “남가주에서만 지난 10년간 150명의 학생들이 민화를 배웠고 지금도 20여명의 회원이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한국문화원에서 매년 여름 개최하는 민화 웍샵에는 미 전국의 교사들이 찾아와 배우고 있다”면서 “지난해 왔던 한 교사를 통해 콜로라도 교육구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민화를 채택했을 만큼 파급효과도 크다”고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민화전 오프닝 리셉션은 오늘(3일) 오후 7시.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문의 (213)387-3723, (818)687-1008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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