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을 잇는 사진전이 전혀 다른 기획으로 8월 초 두 군데서 잇달아 열린다. 하나는 근대화의 결과로 조성된 지극히 인공적인 두 도시, 부산과 샌피드로를 건조한 시각으로 조명한 사진전, 다른 하나는 그와 정반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한국의 유적지들을 외국인 사진작가가 경외심과 애정 어린 시각으로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들을 질박한 한국의 도예 자기와 함께 선보이는 2인전이다. 우리가 늘 보아왔던 풍경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전시들이다.
■ 원용백 ‘부산과 샌피드로’
근대화 물결 속에 변모한 두 항구도시
대조적 색채와 문화 등 건조하게 담아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낸 사진작가 원용백 작품전이 8월2일부터 9월6일까지 LA시 문화국 산하 앤젤스 게이트 컬처럴 센터(Angels Gate Cultural Center)에서 열린다.
‘부산과 샌피드로’(Busan & San Pedro)란 제목의 이 전시는 LA시 문화국이 국제문화교류 프로그램(DCA: CEI)의 일환으로 원용백 작가를 초청, 부산과 샌피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둘 다 항구도시이면서 짧은 시간에 근대화의 물결로 크게 변모한 두 도시의 풍경을 사진작가의 시각으로 조명하게 된다.
LA의 자매도시인 부산은 한국서 두 번째로 큰 메트로폴리탄 시티이며 전 세계에서 화물량이 5번째로 많은 국제 항구도시이고, 샌피드로 역시 100년 이상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포트(port)의 하나로서 기능해 왔기 때문에, 이 전시는 스카이라인부터 크게 다른 전경들과 함께 도시의 역사 속에 녹아 있는 대조적인 색채와 문화, 컨텍스트를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도시 간 이해를 돕고 있다.
원용백은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기록한 작품들로 주목받아 온 작가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도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빌딩과 주거 공간, 산업현장의 풍경을 담담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냄으로써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역사적이거나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본 사진가의 세계관을 드러냄으로써 특정 도시에 대한 작가의 인문학적인 시각과 현대성을 반영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한국의 도시를 이루는 건물과 구조물들이 계획적이고 미적인 관점을 고려하여 건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획일적이며 마구잡이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상에 접근한 건조한 시선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고 메마르게 보여진다.
원용백은 경성대 사진학과, 도쿄 공예대학원 석사, 홍익대 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영광갤러리, 온갤러리,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현재 동서대학에서 시각디자인 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부산의 사진들은 수년 전 작업한 작품들이나, 샌피드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찍은 것이어서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8월2일 오후 6시.
Croatian Cultural Center 510 West. 7th St. San Pedro, CA 90731
(310)519-0936, www.angelsgateart.org
■ 사진작가 샌디슨·도예가 이인진
한국의 산사·아름다운 자연미 포착
재래식 방법 제작 도예 20여점도 선봬
리앤리 갤러리는 8월4~24일 ‘신성한 곳과 조상의 지혜’(Sacred Sites and Ancient Wisdom)란 제목으로 한국의 도예가 이인진과 미국의 사진작가 테리 샌디슨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테리 샌디슨(Teri Sandison)은 나파밸리에 거주하는 사진작가로 몇년 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산사에 묻혀 있는 사찰에서 아름답게 조화된 한국의 자연과 미에 감탄했다. “오래된 유적지를 볼 때 인간과 자연과 영적인 것들의 관계와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경주의 불상과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에서 접한 불교문화,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의 복합적인 문화유산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한국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과의 관계는 시공을 초월한 영적인 것으로서, 여기서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는 샌디슨은 바위, 나무, 무덤, 유적지 등의 자연적인 요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UCLA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을 공부한 샌디슨은 음식과 와인을 소재로 전문적인 사진작업을 해왔으며 북가주와 오리건, 워싱턴 DC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 2인전에서 그녀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한 유적지를 통해 ‘신성한 곳과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남가주 출신의 도예가 이인진은 2년 전 UCLA 파울러 뮤지엄에서 열린 ‘도자 속의 삶: 현대 한국작가 5인전’(Life in Ceramics: Five Contemporary Korean Artists)에 초대됐던 작가로 ‘과거의 조형감각과 새로운 도자조형을 오늘의 삶과 접목시키는 불의 도예가’로 불린다.
그는 물레로 항아리나 접시 등 기본적인 자기의 형태를 만든 다음 나무로 불을 때는 재래식 소성방법을 고집하는 도예가로서,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의 항아리는 검붉은 색의 투박한 면과 매끄러운 표면이 어우러지면서 무한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회에도 재래식 방법으로 제작된 작품 20여점이 선보인다.
어릴 때 미국에 와 남가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인진은 웨스트민스터 고교와 오렌지코스트 칼리지, 라구나비치 미술학교, 칼스테이트 풀러튼에서 공부했으며 대학재학 중 이천의 한 도방에서 전통자기 제작을 연수하면서 흙과 도예에 매료돼 홍익대 공예과에 편입하여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비젠의 인간문화재 후지와라 유 공방에서 2년간 사사했으며 20여년간 홍익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 18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의 작품은 국내 여러 미술관과 호주국립미술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 벨기에 왕립 마리몬트 박물관 등지에서 소장하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8월4일 오후 4~6시.
리앤리 갤러리 3130 Wilshire Blvd. #502 LA, CA 90010, (213)365-8285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