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지구촌을 달구는 올림픽이 코 앞에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공교롭게도 올림픽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와 겹친다. 그래서 그런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다소 분산되는 느낌이다. 올림픽 같은 ‘큰 일’이 벌어지면 온 국민이 일손을 놓고 목을 매는 한국의 경우와 다르다. 나라가 커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그만큼 미국사회가 다원적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미국은 스포츠 강국인 만큼 이번 런던 올림픽에도 530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보내고 있으니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번 30번째 하계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1만여 명의 선수들이 모여 26개 경기, 302개 메달 종목에서 열띤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올림픽은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들만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된 개별 올림픽위원회를(NOC) 가지고 있는 지역공동체들도 참가할 수 있다. 예컨대 푸에르토리코, 버뮤다, 홍콩, 대만, 팔레스타인 같은 지역공동체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그래서 올림픽에는 UN에 등록된 193개 국가 보다 많아서 이번 올림픽에도 200-204개 대표단이 참가하게 된다.
IOC는 제1회 근대올림픽이 그리스에서 개최되기 이태 전인 1894년에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서 창립되었는데 스위스의 로잔에 본부를 두고 하계 및 동계올림픽을 주관하고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는 IOC의 위원장은 현재 벨기에의 자크 로게가 맡고 있다. 지금까지 여덟 명의 IOC위원장이 있었는데 모두 유럽인이고 제5대 브런디지 위원장만이 미국인이었다.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국격과 스포츠 위상을 고려할 때 이제 한국에서 IOC위원장이 나옴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세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라틴어로 된 올림픽 표어는 1924년 제8회 파리 하계올림픽 때 처음 일반에게 소개되었다. 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인 것처럼) 올림픽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라는 말도 우리 귀에 익은데 이는 올림픽 정신을 잘 나타낸 올림픽 강령이다. 올림픽 헌장에 의하면 올림픽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라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다. 그래서 IOC는 메달 집계나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다.
오늘날 올림픽이 극도로 상업화해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국가 간의 과도한 메달 경쟁도 올림픽 본래의 의미와는 맞지 않다. 과거 소련연방이 그들 ‘체제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해 스포츠에 총력을 기울여 올림픽 메달을 무더기로 휩쓸고 급기야 ‘스포츠 기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그 숫자의 힘을 빌어 인간 메달제조기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한국도 일찍부터 태릉 국가대표 선수촌을 짓고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발버둥치지 않았던가. 이에 비하면 연방정부로부터 한 푼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사인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정부, 비영리 기관인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노력은 안쓰럽게 보인다.
올림픽은 개최국에 큰 경제적 효과와 아울러 국가 이미지 제고 같은 무형의 효과도 가져다 준다. 1988년 제24회 서울 하계올림픽 때 근 300만 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다녀갔고 방영권 수입 4억 달러, 33만여 명의 고용효과 등 총 26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에 앞서 1964년 제18회 도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도 올림픽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세상의 다른 모든 일처럼 올림픽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올림픽은 초기의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에서 벗어나 프로선수도 참가하도록 바뀌었고, 정치적 이념에 따른 보이콧 사태나 테러를 겪기도 했다. 또 대중매체의 확산과 더불어 상업화의 물결에 휩싸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약물 투여, 심판 매수, 판정 불복 등 불미스러운 일들도 많이 빚어졌다.
그러나 저러나 올림픽이 시작되면 “미국선수와 한국선수가 겨룰 때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하는 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국가 대항에 몰입할게 아니라 “더 잘하는 선수 또는 마땅히 이겨야 할 팀이 이겨라”라는 자세로 보는 게 어떨까. 선수든 관중이든 올림픽은 ‘참가’ 하는데 의미가 있다.
<장석정/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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