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경제에 대한 좋은 뉴스를 듣기가 어렵다. 유럽은 위기에서 흔들리고 있고 중국, 브라질, 인도 같은 신흥 시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불황에 빠져 있다.
미국의 상황 중 밝은 부분은 공학 특히 생명공학이다. 인간 게놈은 두 시간이면 배열할 수 있고 그 비용도 1,000달러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발전 속도는 컴퓨터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보다 빠른 것이다. 생명공학 혁명은 이미 모든 산업을 변화시켰다. 이는 미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계속 강해질 수 있는 분야가 과학과 기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말이다.
예컨대 인간 게놈 지도를 작성하는 결정 같은 것이다. 미 연방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지난 15년간 38억달러를 투입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7,960억달러 규모의 경제 활동을 유발했으며 2,440억달러의 개인소득 증가를 가져왔다. 또 2010년에만 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런 수치가 과장됐을 수도 있지만 농업, 의학의 광범위한 영역과 유전자 요법 같은 새로운 분야에 영향을 끼친 것이 명백하다.
많은 사람들이 파산한 솔린드라(태양광 패널업체)에 정부가 5억달러를 대출해 준 것을 얘기한다. 하지만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얼마나 자주 들어 봤는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투자해 1,000달러짜리 유전자 배열 기술을 개발한 라이프테크놀로지의 그레그 루시어 회장은 “투자에 대한 단순한 보상 측면에서 보면 전체 인간 게놈의 지도를 그리는 데 투자한 것은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세금을 가장 잘 쓴 경우 중 하나”라고 말한다. 루시어와 많은 과학자들은 음식과 연료, 의약품을 만들고 기후변화와 공해 문제에 대응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업 보조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정도인 연구와 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오랫동안 줄어왔다. 1970년부터 9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연과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54% 줄었고 기술에 대한 투자도 51% 감소했다. 연방정부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약간 증가했지만 장기간 쇠퇴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투자는 매년 10%씩 늘고 있으며 터키의 과학 기술 기관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15년간 15배 늘어날 예정이다. 지식 경제 사회에서 미국의 일자리는 1950년대에 비해 과학 연구에 더 의존하게 될 텐데 미국의 지출은 줄고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막대한 상업적 보상을 받았다. 예들 들어 콜레스테롤 분야에 집중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된 후 콜레스테롤 저하 다이어트제 스타틴이 시장에 나왔다. 현재 스타틴은 4,000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됐다.
현존 기술에 대한 투자는 더 복잡하지만 효과적일 때도 있다. 반도체칩이 처음 만들어진 50년대부터 생산비용이 급격히 줄면서 민간산업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6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칩의 유일한 구매자는 미 공군과 미 항공우주국이었다. 미 에너지부의 교부금과 대출로 1970년대 후반 개발된 ‘프레킹’(수력 분쇄를 이용한 천연가스 채취 기술)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솔린드라처럼 많은 사업이 실패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는 비판할 수 없다. 태양광 발전이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에너지원이 되려면 실리콘을 대신할 수 있는 고효율 물질을 싸게 만드는 기초과학 단계의 획기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알타디바이이스가 한때 솔린드라의 본사로 쓰이던 사무실을 사용하는 등 몇몇 회사들은 고비용 시설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투자보다 과학 기술을 더 장려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의 규정과 규제는 많은 역할을 한다. 인도의 유력한 제약회사 바이오콘을 설립한 키란 마줌다르 쇼는 규제, 임상실험, 오랜 기다림 등 미국 특유의 관행이 의약분야 혁신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에어버스380을 계획해 하늘을 날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약 하나를 고안해 시장에 내놓기까지 12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과학과 경제의 많은 부분이 과학 기술에 대한 지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명확하다. 보통 그렇듯이, 정치가 문제다.
<파리드 자카리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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