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1950년에 시작되어 3년 동안 싸운 한국전쟁(6.25사변)의 피해는 엄청나다. 사망자 15만명, 행방불명자 20만명, 부상자 25만명, 공업시설의 43% 발전시설의 41% 탄광의 50% 주택의 3분의 1이 파괴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54,246명이 전사했고 103,2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것은 남쪽만의 피해이니 북한과 중공군을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이로써 발생한 수많은 과부, 고아의 고통은 참혹하였다.
똑같이 예수 믿는 사람들끼리 20년간 싸워 3,000명이 죽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북 아일랜드가 그랬다. 그 누추한 증오의 한 복판에 평화의 사도가 나타났다. 벨파스트 감리교회의 시드니 캘러한(Sidney Callaghan) 목사이다. 그는 종교나 교파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성탄에 새벽송 성가대를 조직하여 가톨릭 신자들만이 사는 마을도 방문하였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었으나 성가대의 방문을 받은 가톨릭 신자들은 거리에 나와 그들을 환영하며 함께 캐럴을 불렀다.
국군의 수가 교향악단의 수보다 더 적은 나라가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나라 모나코이다. 국립교향악단의 수가 85명인데 비하여 국군의 수는 82명이다. 얼마나 평화로운 나라인지를 알 수 있다.
전 이스라엘 수상이었던 골더 메이어에게 비서가 신이 나서 보고하였다. “수상님 우리 군대가 대승하고 있습니다.” 메이어가 대답하였다. “싸워 이기는 것이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 벌판의 딸기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정말 기뻐할 때입니다.”
인류가 지난 100년 동안 100회 이상의 분규와 전쟁을 치루며 뼈저리게 배운 세 가지 진리가 있다. 그것은 첫째 대립보다 공존(共存)이 낫고, 이데올로기(理念)보다 사랑이 나으며, 자원(資源)보다 두뇌가 낫다는 진리였다.
퍼레이드(Parade)지는 룻 시버드(Ruth Sivard) 교수의 저서 ‘세계의 군삽비’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재 보도하였다. (1)2차대전 후 세계는 핵무기 개발을 위하여 4조 달러를 투입했다. (2)지금까지 세계가 비축한 핵무기는 1만 6,000 메가톤으로 전 인류를 열 두 번 죽일 수 있는 화력이다. (3)아직도 이 지구에는 인구의 4분의 1이 배고픈 채 잠들고 있는데 세계의 연간 군사비는 8천억 달러이다. (4)세계 전체로 따지면 43명 중 1명이 군인이고 1천 30명 중 1명이 의사이다.
좁쌀만 한 우라늄 농축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은 무기가 아니라 바로 재앙이다. 시카고 의대의 맥칼리(Michael McCally) 박사가 구 러시아의 병원들을 방문하고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의 피해자들을 조사하였다.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핵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은 눈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 반도의 비핵화는 너와 나를 가릴 것 없이 절대적이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 ‘사티아그라하’(Satiagraha)이다. 본래 간디의 사상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인도 말로 ‘사티아‘는 진리 혹은 사랑을 뜻하고 ‘그라하’는 힘을 뜻한다. 킹 박사는 이 말을 ‘사랑의 힘’이라고 번역하였다. 평화로운 정의사회,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랑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 킹 목사의 평생 메시지였다. 노동자를 하나의 일손으로, 사회를 비인격적인 톱니바퀴(Impersonal cogs)로, 나라를 하나의 생산 공장으로 보는 비인간화(Depersonalize) 사회에서는 평화도 민주주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구석구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어야 천국이 싹트며 이것이 예수의 주장이기도 하였다.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례바퀴가 사랑의 수례바퀴로 바뀌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인내가 필요하고, 힘 있는 쪽에서는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지금의 전쟁은 동네 싸움이 아니라 인류의 존망이 걸려있기에 답답하고 화가 나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남을 빠지게 하려고 구멍을 파면 판자가 먼저 빠지는 것이 세상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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