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매해 6월 하순이 되면 생각나는 날이 있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날이 있다. 6.25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여 한반도를 무력으로 공산화하기 위해 남침한 날이다. 백의의 민족 한민족이 둘로 확실히 갈라지는 비극이 시작된 날이다. 둘로 갈라지기는 그 보다 전인 1945년이다.
1945년 8월15일 한반도가 연합군에 의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북엔 러시아군, 남엔 미군이 들어왔다. 이 시기엔 남과 북은 서로 왕래가 있었다. 점점 공산화과정을 거쳐 가는 북한의 주민들은 공산주의가 싫어 많은 사람들이 남한으로 내려왔다. 이 때 내려온 후 6.25가 발발하여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만도 약 1천만 명이다.
순교(殉敎)는 종교에서 자신이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며 순교한 사람은 순교자(殉敎者)라 부른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쓴 김은국의 <순교자>에 보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12명의 목사와 장로들이 처형당한다. 한국정부는 이들을 종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 순교자로 선전을 한다.
하지만 붙잡힌 인민군에 의해 이들 중 몇 명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른 목사들을 배반하고 개처럼 죽어간 사실이 밝혀진다. 하나님을 부정하면 살려준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신앙을 끝까지 지키며 죽어간 순교자와 가롯 유다같이 죽어간 사람들이 세상엔 존재하며 신앙의 본질과 전쟁의 비극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이 세상엔 비극이 많다. 그 비극 중 전쟁의 비극처럼 처절한 것은 없다. 세상의 어떤 비극도 전쟁을 통해 벌어지는 비극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인류가 생긴 이래 시작된 전쟁은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며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U.N.이 설립된 목적도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적인 세상을 이룩하자는 것이나 점점 더 늘어가는 것이 전쟁이다.
한반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6.25와 같은 전쟁이 한반도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며 한민족이 비운을 딛고 일어서서 동양의 등불이자 세계의 진주로 우뚝 서려면 한반도는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서로가 혈안이 돼 미워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원수가 없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The King(왕)’이란 제목의 한국 연속극이 있다. 북한의 인민군 하지원과 남한의 왕 이승기가 서로 결혼하고 화합하여 두 동강이 난 한반도를 우뚝 세워본다는 뜻의 내용이다. 코믹하게 잘 그리고 있다. 극은 극으로 끝난다. 진정 한반도를 사랑하는 길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긴장을 푸는 평화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6.25에 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가 34%, 6.25는 일본이 한국을 침공한 전쟁이라고 답한 사람이 22%, 조선시대 전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38%, 고려나 삼국시대 전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7%와 6%라 한다. 한반도의 비극적인 6.25전쟁을 이렇게 모르고 있다니, 어떻게 역사공부를 시키는지 알 수가 없다.
더더욱 지금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한인 2세들은 6.25전쟁을 한국아이들 보다 더 모른다. 6.25전쟁이 1950년에 발발했으니 올해는 62년이 되는 해다. 지금 62세가 그 때 한 살이니 환갑이 된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해들은 것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밖에는 모른다. 그러나 6.25전쟁은 잊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비극 자체이기 때문이다.
민족상잔의 비극은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은 한 민족이다. 이제라도 민족화해를 통해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의 망신도 덜어내야 한다. 남과 북에 들어가고 있는 전쟁비용을 평화의 비용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같이 죽자’보다 ‘같이 살자’는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6.25를 통해 후손들이 배워야 할 진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 없는 날이 없다. 강자는 약자를 집어삼키기 위해, 약자는 강자에게 안 먹히기 위해 전쟁은 일어난다. 인간의 마음속에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쟁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휴전협정으로 철책이 가려져 있는 38선. 이틀 후면 6.25다. 38선의 봄은 언제 오려나! 남북이 하나 되어 오순도순 살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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