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거 광고에서 베인 캐피탈을 공격한 것(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사모펀드인 베인 캐피탈 최고경영자 재직시 실시했던 경영전략을 문제삼은 네거티브 광고)은 복잡한 현실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사모펀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 사모펀드가 잘못된 관행을 계속한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모펀드 산업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오바마 광고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도전이나 오바마 자신의 정책과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오바마와 달리 롬니가 처음으로 내보낸 광고는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광고에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첫날-키스톤 K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오바마 대통령이 반대한 송유관 건설 계획)를 승인한 다음-세금 감면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이들(기업)에게 벌이 아닌 상을 주겠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감세로는 미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어째서 이런 확신을 하느냐고? 우리가 지난 3년간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정책이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바마 정책의 가장 큰 부분이 감세였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감세는 실상 오바마 취임 전 시작됐다.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감세안이 통과됐다. 그런 다음 경기부양법이 이어졌다. 경기부양법에서 세금 감면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급여세를 감면했고, 소상공인에 대한 세금 감면이 이어졌다. 급여세 감면은 다시 연장됐다. “대통령이 중산층 가정을 돕기 위해 21개 감세안에 서명했다”는 자랑이 오바마 트위터에 등장했다.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한 금융위기에 이은 감세가 경제활동을 더 활발하게 이끌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차나 집, 가전제품을 구입하는데 쓰기보다 빚을 갚는데 돈을 쓴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세금이 너무 높아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롬니가 (감세 혜택으로) 지난해 자기 소득의 13.9%도 안 되는 돈을 세금으로 냈다고 해서 그가 미국 공장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을까? 그건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밀튼 프리드먼의 얘기를 들어 감세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감세 정책을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전면적 세금 감면을 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전례가 있던 일이다. 2001년 부시의 감세가 정확하게 그런 취지에서 고안됐다. 부시의 감세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초당적 싱크탱크인 미 의회조사국(CRS)은 2010년 “어떤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부시가 감세를 실시하기 전 상황이 감세 이후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고 결론 내렸다. CRS는 “국내총생산(GDP), 가계 중간소득, 주당 노동시간, 고용률, 개인저축, 기업투자 모든 지표가 감세 이후 악화했다”고 밝혔다. 2000~2007년은 대공황 이후 미국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저조했던 기간이다.
감세가 가져올 또 다른 결과는 재정적자를 큰 폭으로 늘린다는 점이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 관료였던 브루스 바틀렛은 부시의 감세로 발생한 누적적자가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공격을 받으면, 롬니와 보좌관들은 자신들이 그저 세제개혁을 하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심슨-보울스 제안(2010년 공화당 상원의원 앨런 심슨과 전 백악관 비서실장 어스킨 보울스가 제안한 4조 달러 적자 감축안)을 인용하기도 한다. 필자는 부패하고 비대한 세법의 개혁이 필수적이며, 심슨-보울스 제안이 적자를 감축하는 훌륭한 체계라고 항상 주장해 왔다. 하지만 감세는 그런 대안이 될 수 없다. 심스-보울스 제안은 세금을 1조 달러 더 거둬들이는 안이다. “세금 낭비를 끝내자”거나 “(재정에 뚫린) 허술한 구멍을 막자”는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려면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감세는 미국이 지금의 적자 문제를 겪게 된 핵심 요인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워싱턴 정치인들은 세금을 깎아주며 인기를 얻었고, 그러면서 정부지출 축소나 경제 성장이 감세로 인한 적자를 메울 것이라 말해 왔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11조 달러의 연방정부 부채만이 국민 부담으로 남았다. 이런 속물적 조치를 영속화하는 것은 단순히 정직하지 않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위험하다.
<한국일보 특약>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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