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절대권력으로 북한을 통치해 온 김정일이 사망하고 갓 28세인 그의 막내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 받았다. 그 어떤 국가도 시도하지 못한 3대 세습이 북한에서 시작된 것이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후 김정일이 처음으로 한 일이 그 다음해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정한 것이다. 2010년 9월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정은을 보면서 북한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머리칼 모양이며 살찐 얼굴모습까지 김일성의 30대 모습하고 많이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프로파간다의 귀재인 당 선전선동부는 젊고 경험도, 능력도 없는 김정은을 내세우기 위해 그를 김일성의 ‘아바타’로 변신시키는 전략을 썼고 이것이 들어맞았다.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에게서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데뷔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데뷔 후 6개월 그가 받은 성적표는 어떨까?
김정일 사망 후 발표된 장례위원회 공보 1호는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한치의 틀림도 없이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하였고 1인자가 된 후 김정은의 첫 공식 활동이 105 탱크사단 현지지도였다. 105탱크사단은 6. 25전쟁 시 서울에 처음으로 침입하였던 부대이고 김정일이 선군정치의 상징으로 삼았던 부대였다. 장례위원회 공보 1호와 105탱크사단 방문은 김정은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장차 나라를 어디로 끌고 것인가를 밝혀주는 바로미터였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후부터 ‘강성대국’ 선포예정일이었던 지난 4월15일까지 총 24건의 공개 활동(사망 및 장례 행사제외)을 하였는데 그 중 22건이 군부대 지도였다. 결국 후계체제를 세우는 중요한 4개월 동안 군대만 돌아다닌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내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군대이며 군대를 어루만져야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대를 달래면서 김정은이 한 두번째 일이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직위들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를 열고 당 제1비서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으로 ‘추대’를 받았다. 그리고 간부들에게 훈장과 고위 및 명예 직위들, 선물들을 나누어 주었다.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핵심포스트들을 거머쥐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이른바 ‘태양절 100돌’ 행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였고 사상 최대 규모의 군대 열병식, 경축 대회 및 경축공연, 4월의 봄 축전, 불꽃놀이 등이 4월 내내 진행되었다.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제작과 발사에 들어간 8억5천만 달러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갔다. 군대열병식, 경축대회, 불꽃놀이 등 ‘잔치판’에 들어 간 돈도 1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에 들어 간 8억5천만 달러면 식량 250만 톤을 살 수 있고 이 식량이면 주민 1900만 명이 1년간 버틸 수 있다. 행사비용 10억 달러까지 합치면 북한 전 주민이 2년간 굶어 죽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거액이 ‘김정은의 잔치판’으로 사라진 것이다.
김정은이 최고위직들에 ‘추대’되고 군대에 기관총과 쌍안경을 선물로 주면서 돌아다닐 때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를 비롯하여 순천과 함흥 등 여러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였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6월에 들어 또 한 차례의 거대한 ‘쇼’를 펼쳤다. 지난 6일 소년단 대회를 열고 북한 전 지역에서 2만 명의 소년단 대표들을 비행기로, 기차로, 배로 평양으로 데려와 충성의 맹세를 다지게 했다.
이제 10대 초반인 어린이들의 울음을 통해 ‘4월의 잔치판’ 이후 허무해진 주민들을 달래고 주민들과 어린이들에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였다.
결론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김정은이 한 것은 우선 죽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모든 최고위직들을 차지하고 간부들과 잔치를 벌인 것이며 두번째가 군대를 돌아다니면서 비행기도, 탱크도 타면서 즐거워하고 군대를 장악하려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꽃놀이와 미사일 발사, 경축대회와 예술공연 들 그리고 어린이들의 ‘쇼’까지 벌이며 국부를 낭비한 것이다.
김정은이 군대를 돌아다니지 않고 된장공장을 갔었으면, ‘선군’이 아니라 ‘선민’과 ‘선경’을 하였으면 더 나아가 경제개방 같은 획기적 조치를 취했으면 나라를 나락에서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정은은 ‘총’이 아니라 ‘빵’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모르고 있다. ‘빵’을 중시하지 않은 지도자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것이 인류의 역사이다. 김정은의 6개월 성적은 낙제점이다.
고영환/ 한국 국가안보전략 연구소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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