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2011년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도대체가 말도 안 되는 법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부아를 치밀게 하는 것은 공무원 노조 단체교섭권을 축소한 법안이었다. 티파티세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진보 좌파로 분류되는 정치세력이 하나로 뭉쳤다.
오하이오로, 오하이오로. 오바마 캠프 지원단체와 노조 회원 등 행동대는 속속 모여들었다. 공무원노조 단체교섭권 축소 법안을 뒤집기 위해서다. 가구 방문만 25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결국 62%의 반대로 그 법안은 부결됐다. 기세가 오른 진보 좌파는 다음 타깃을 선정했다. 위스콘신 주의 스캇 워커 주지사다. 공무원 노조 단체교섭권을 박탈했다. 그런 그를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
진보 좌파세력은 또 다시 집결, 총력전에 나섰다. 주지사 소환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고 풀뿌리운동을 펼쳐나갔다. 그 결과 소환투표에 필요한 54만의 거의 배에 가까운 90여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매디슨 가에 모여 매일 같이 기염을 토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욕설도 하면서. 가가호호를 방문하고 전단을 전했다. 할리웃 스타를 동원하고 소셜 미디어를 풀가동시켰다. 일곱 번이나 전 시가지를 행진하며 나팔을 불었다.
그런데 그들은 패했다. 주지사 소환선거에서 공화당의 워커주지사는 53.2%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민주당 후보 톰 배럿을 7% 가까운 차이로 눌렀다. 그 날이 2012년 6월5일이다.
전 미국이 주목한 선거였다. ‘작은 정부 대 큰 정부’ ‘티파티 대 노조’의 격돌 양상의 선거였다. 한국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 판 오세훈과 박원순’의 한 판 승부였기 때문이었다. 미국 버전에서는 그러나 오세훈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위스콘신은 일찍이 미국의 진보당 대통령후보 로버트 라 폴렛을 배출한 ‘진보의 성채’로 불리는 주다. 그 노조운동의 본향에서 노조는 일패도지(一敗塗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노조의 단체 교섭권을 처음 허용한 주가 위스콘신 주다. 공무원 노조는 그 위스콘신 주 선거에서 단체 교섭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쇼크도 이런 쇼크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위스콘신 대회전 결과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무원 노조는 그 자체가 파워다. 거대한 조직을 통해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 대가로 정치인들은 퇴직 후 까지 그들의 ‘철밥통’을 보장해준다. 전국적 현상이 되다시피 한 노조와 진보 좌파의 공생관계, 거기에 일대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2012년 6월5일. 또 다른 진보의 아성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샌 호세와 샌디에고 시 선거에서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발의안이 통과 된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철밥통을 깨라’- 다시 말해 ‘작은 정부’운동이 점차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한판의 대회전을 통해 스캇 워커는 미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정치인으로 기록 되면서 전국구 정치지도자로 그 위상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2012년 대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위스콘신 대회전 결과에 대한 또 다른 진단이다.
지난 2010년1월19일 매사추세츠 주에서 연방상원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매사추세츠는 블루 중 블루 스테이트로 불리는 진보주의의 아성이다. 그 선거에서 무명의 정객이던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이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미국의 정치 지형은 급변했다. 반(反)오바마 정치적 쓰나미 현상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대패를 맛보았다.
‘위스콘신에서 생긴 일’- 그것도 대통령선거 15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은 어딘가 ‘2년 여 전 매사추세츠에서 생긴 일’과 흡사해 보인다는 게 정치관측통들의 지적이다.
“2012년 6월은 롬니에게 있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는 시점으로 보인다.” 한 워싱턴 정치 관측통의 지적이다.
4년 마다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그 결정적 전환기는 2008년 9월초께 찾아왔다. 경제적 위기가 더 한층 악화되면서 여당후보인 존 매케인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봉쇄됐던 것이다.
6월 들어 발표된 경제지표는 하나같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업률도 그렇고 2/4분기경제전망도 그렇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제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케 한 경제적 혼란이 이번에는 오바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황이 그 때와 방불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위스콘신에서의 대패는 롬니에게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어 대선의 흐름은 6월을 기점으로 보수 우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연 맞는 전망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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