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일로부터 시작해 일로 끝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 일상이 끝이 날 때 사는 것도 끝임을 알 수 있다. 일이란 이름 붙이는 대로 일이 된다. 밥 먹는 일부터 시작해 잠자는 일, 옷 입는 일, 화장실 가는 일, 목욕하는 일, 청소하는 일, 직장 일, 사업 일, 공부하는 일, 생각하는 일, 사랑하는 일 등등 모두가 다 일이다.
일 없이 지내는 사람을 백수라 하는데 그런 백수도 먹는 일, 자는 일, 대소변 보는 일은 해야만 살아갈 수가 있으니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곤 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람이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일을 하다가 가는 생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남도 죽음도 일이기 때문이다. 일 중에는 큰일과 작은 일도 있다. 이걸 대소사(大小事)라 한다.
대소사를 잘 가려내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대개의 경우 큰일은 중요하고 작은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일이 더 중요할 수 있고 큰 일 같지만 덜 중요할 수도 있다. 먹고 자고 싸는(대소변) 일이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탱하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싸고 자고 먹는 일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이 일은 단 3-4분만 안 하면 바로 사람이 죽는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지만 전혀 노동이 필요 없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 일이다. 자면서도 먹으면서도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 일이야말로 세상에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목숨을 지탱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호흡, 즉 숨 쉬는 일이다.
이렇듯 몸이 하는 일은 작은 것 같지만 아주 중요하다. 오장육부(五臟六腑)등으로 구성된 몸은 쉴 새 없이 일한다. 몸속의 장기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목숨은 순간에 끝나버린다. 심장이 일을 하지 않고 당장 멈춘다 치자. 10분이 못가 죽는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묵묵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주인을 위해 일하는 우리의 몸 같은 것도 없다.
세상의 일에는 순서가 있다.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일이 실타래 엉키듯 엉켜버리게 된다. 순서를 정하여 하는 일이란 설계도를 만들어 놓는 것과도 같다. 계획 없이 순서도 없이 일을 하게 되면 결국 그 일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우리 몸속에서 몸이 하는 일은 하늘이 준 소임이다. 이 일 외에는 반드시 준비를 통해 해야만 한다.
일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부터 큰일은 없다. 노자의 <도덕경> 65장, ‘선도(善導)·현덕(玄德)’편에 이런 말이 있다. “아름드리나무도 털끝에서 생기고~천리의 길도 발아래서 시작된다.(合抱之木 生於毫末~千里之行 始於足下:합포지목 생어호말~천리지행 시어족하). 일의 시작이 큰일을 이룬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성서 마태복음 25장 14-30절에 보면 한 주인이 타국으로 떠나며 종들에게 준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주인이 다시 돌아와 보니 다섯 달란트 받은 자는 열 달란트, 두 달란트 받은 자는 네 달란트씩, 두 배로 늘렸다. 주인이 그들에게 한 말이 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가 큰일에도 충성할 수 있다는 비유다. 흔히 사람들은 작은 일이라 하여 소홀히 지나칠 때가 많다. 자신의 삶에 큰 후회를 가져오게도 할 수 있는 처세다. 어떤 환경이든, 어떤 역경이든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있어서만은 충성을 다해야 자신도 만족할 수 있고 일을 맡긴 사람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대성한다.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 하는 것, 작은 일 같다. “어떻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 일을 하나! 자존심문제지. 남자는 나라 걱정을 하는 등 큰일만을 위해 태어난 것 아닌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기 전에 가정을 위해 작은 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자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아주 큰일에 속한다.
이렇게 한 가정, 한 가정이 잘 유지되면 나라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절로 잘되고 잘 살게 된다. 그것이 순리요 이치다. 사람이란 일속에서 지내다 일속에서 죽어간다. 내 몸을 비롯해 땅과 하늘, 우주 등 모든 것이 일한다.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모두가 다 우주의 일 속에 포함된다. 24시간 365일 일하고 있는 우리네 몸의 일. 작은 일 같지만 이보다 더 큰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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