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다. 학업이 끝났다는 의미의 졸업은 영어로 ‘graduation’이지만 미국 대학의 졸업은 그 단어 대신 ‘commencement’라 부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취직해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수순을 밟기에 ‘시작’이라는 의미의 그 단어가 사용된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금년에는 많은 졸업생들이 취직을 못해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아예 부모 집으로 돌아와 구직 행렬에 참가한다는 보도이다.
그리고는 학비 융자금을 갚아야 하는 이중고에 부닥친다. 그나마 졸업을 했으면 다행이지만 2년제 초급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가 졸업도 못하고 중도하차 하는 사람들이 거의 30%라는 데 설상가상으로 학자금 빌려 쓴 것을 갚아야 되는 처지라고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되었다.
학위가 없으니 취직도 어려운데 한 달에 몇 백 달러씩 학자금 상환을 한다는 게 불가능해서 파산을 하려고 해도 연방정부가 지불 보증을 한 대부분의 학자금 상환의무는 계속 남기 때문에 문제다.
주립대학 등 공립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평균 2만 달러가 넘는 빚이 있고 피닉스 대학 등 영리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학자금 빚은 4만1,000달러라니까 대학에 갈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가 자명하다.
그리고 누구든 대학에 가고 싶으면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 자체에 회의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1940년대에는 미국 인구의 5% 만이 대학 졸업생이었지만 현재에는 약 40%가 학사 아니면 그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학의 질이 낮아져 졸업생 실력이 1930년대나 40년대 고등학교 졸업생 실력과 비슷하다는 데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일주일에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5시간 미만이며 약 절반이 한 학기 동안 20페이지 논술을 요하는 과목을 이수한 적이 없다니까 그런 학생들이 학사모를 썼댔자 직장에서 재교육을 받아야 할 판이다.
그리고 고등학교들이 대학 진학을 강조하다 보니 대학에 안가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훈련에 소홀해졌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박사학위가 없으면서도 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로버트 새뮤얼슨은 대부분의 직업은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요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2010년의 노동부 추산에 의하면 고등학교 교육만 제대로 받았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 전 고용 시장의 69%에 달한다는 것이다. 새뮤얼슨의 결론은 이러하다.
“진짜 근심거리는 모든 단계의 졸업생들의 질이다. 대학 진학에 집착하는 것은 (2차 대전) 전후의 몇 십 년 동안에는 정당화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대학 안가는 사람들을 낙인 찍고 더 많은 직업 기술에 대한 그들의 필요를 과소평가한다. 그것은 또한 대학 학위의 가치를 싸구려로 만들고 학위 뒤에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학위 자체가 중요하다는 환상을 배태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학 교육이란 전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인간사회는 다양한 직업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공법과 이론으로 훈련받은 건축 기사가 아무리 괄목할 만한 건물을 지으려 해도 건축 자재를 실어 나르는 트럭 운전수, 철근 콘크리트 기술자, 목수, 냉온방 환풍 기술자, 전기공 등 건축 유관 기술 소유자들의 공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심장 수술 전문의도 마취의사, 중환자실의 간호사 및 보조원들과 심지어는 수술실이나 병실의 마룻바닥을 깨끗이 유지하는 청소원들의 도움이 없다면 수술 환자의 회복을 기약할 길이 없다.
웬만큼 머리 있는 학생들 모두가 고학력 전문직을 추구하는 바람에 구급차의 구조대원이나 화재 진압에 앞장서는 소방대원들이 턱없이 부족한 도시를 생각해 보아도 다양한 직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주방장과 셰프가 식당 운영에 꼭 필요하다면 웨이트리스와 버스보이도 불가결한 존재이다. 또 주유소, 세탁소, 간이 식품점 등 소상인들이 지역사회의 편리에 이바지한다.
보수와 성취감의 차이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이 무어라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유익한 일이라면 그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일이다.
학교의 청소원으로 40여년 성실하게 일하면서 선생들과 아동들에게 미소와 따뜻한 말로 격려하던 이가 정년으로 물러날 때 교직원들이나 학생들 모두가 섭섭해 하는 흐뭇한 광경을 TV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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