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어떻게 자신을 알 수 있을까. 2500여 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인 “너 자신을 알아라(Know Thyself)”를 구태여 들먹일 필요가 없다. 자신을 안다는 것 자체가 우주의 비밀을 아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자신을 알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자신이란 나를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다 이름을 갖고 있듯이 그 이름이 자기 자신이다. OOO이란 이름이다. 미국에선 본래의 한국 이름 앞에 영어 이름을 더 붙여 이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름이 없는 사람도 있다. 감옥소에 있는 죄수들이다. 그들에겐 이름이 없고 수인번호가 있다. 그것이 그들의 이름이며 번호가 그들 자신이 된다.
이름이 없이 번호로만 불리는 죄수들에겐 인격(人格)을 논할 순 없다. 이미 그들에겐 자신이란 인간의 격은 이름과 함께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인권(人權)은 있다. 아무리 범죄를 저지르고 죄수가 되어 감옥소에 살고 있지만 그들 역시 태어나기는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그렇다. 죄수 이전에 그들도 인간임엔 틀림없다.
이렇듯 이름은 인격을 지닌다. 인격이 자기 자신이다. 태어날 때에 부모로부터 지음 받아 한 평생 죽을 때까지, 묘비명에도 쓰여지는 그 이름 안에 있는 인격이 곧 자기 자신이 된다. 인격이란 풀어 쓰면 사람의 격이다. 사람의 격이란 곧 ‘어떤 인간’ 혹은 ‘어떤 사람이냐’로 질문되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그 사람의 격이 될 수 있다.
철학(哲學)의 시작은 자신의 태어남과 삶, 그리고 죽음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란 왜, 어떻게 태어났으며, 나에게 있어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나의 태어남의 의미와 존재가치는 어떤 것이며 무엇이 다른가. 나의 삶이란 왜 이리도 즐거운 것 같으면서도 고달픈가. 나에게 있어 죽은 다음엔 무엇이 따르는가?” 등등의 질문들.
나란, 인간 안에 포함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의 질문에 답하면 곧 나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철학적 인간 질문에 대답을 주려하는 것이 종교다. 종교에서의 인간학은 각 종파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온다. 기독교에서의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하나님의 창조물이 인간이다. 불교에선 인간학 자체를 불교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도교, 즉 노자나 장자는 인간 자체를 자연으로 본다. 동물이나 식물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생명체로 태어난 인간이기에 다른 생명체와 같은 가치로 본다.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않고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죽음으로 본다. 기(氣)의 모임이 생과 삶이요 기의 흩어짐을 죽음으로 보며, 그 기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본다.
우주의 기원보다 인간의 기원이 짧다. 그러나 우주의 기원을 깨닫는 것은 우주가 아니요 인간이다. 인간인식의 광대함이 우주를 넘나든다. 시공을 초월한다. 수십 억 년 전, 수십 억 년 후를 가늠하고 추측하며 과학으로 캐려는 사람들이 인간이다. 그 가운데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존재한다. 그런 인간의 부류 안에 자신인, 내가 포함된다.
작은 우주가 인간이다. 자신 안에 우주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인간의 마음. 일초에 몇 백 광년을 스친다. 빛보다 수백 배 빠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몸엔 수 조억개의 세포가 있다. 그들 모두는 생명체로 몸 안의 별들이다. 인간수명이 100년 안팎이라 해도 인간의 몸은 수억 수조의 별 같은 생명체와 함께 생사를 해로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바보가 된다. 격은 있어 뭐하나. 격의 잣대가 금전만능주의다 보니 있는 자는 인격이요 없는 자는 변(便·소변 혹은 대변)격이다. 도교에선 도는 대변 속에도 있다고도 했으나 경제적 결함이 격이 변속에 떨어짐을 대변한다. 지금은 돈이 인격이다.
인격은 자신을 나타낸다. 자기 자신을 아는 자는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자다. 속탈에 이어 해탈에까지 이르는 자다. 이름을 가진 자는 자유의 사람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나를 먼저 알고 적을 알아야 승리한다. 자승자강(自勝自强). 자신을 이기는 자라야 강한자다. 얌체 같이 잇속만 따지는 사람보다 돈도, 자신도 잘 모르는 철 학적 바보 같은 사람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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