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제약업계에 우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질병을 퇴치해 주는 치료제 개발에 전념해야 할 제약회사들이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연간 수조원 규모의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제약회사들은 돈 들어가는 신약개발보다는 금방 돈이 되는 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본업과 부업이 전도된 양상이다.
한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못해 병적이기까지 하다. 몸에 좋다고만 하면 혐오식품도 가리지 않을 정도다. 자연히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보조식품(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으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식약청은 광고에 나오고 있는 건강보조식품 효능 가운데 상당수가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연방 행정법원은 지난주 ‘폼 원더풀’사에 대해 허위 과장광고를 시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회사는 인기가 높은 석류주스에 대해 “심장질환과 전립선암, 발기부전 등을 치료, 예방해주며 위험을 낮춰준다”고 광고해 왔다. 법원은 이 광고가 소비자들을 호도하는 기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석류주스의 광고는 별로 낯설지 않다. 매일 수많은 건강보조식품 광고를 통해 익히 듣고 보아 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들이 내세우는 광고를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광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벌써 노벨의학상을 받았어도 몇 번은 받았어야 할 제품들이다.
디지털 TV가 등장하면서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가 많이 생겨나고 광고 스팟을 얻기가 수월해져서인지 TV를 틀면 광고의 절반이 건강보조식품인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제품들이 난립하고 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고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아니라 너무 선택이 많을 때 더욱 커지게 돼 있다. 그래서 고민하기보다는 아예 몸에 좋을 거라 생각되면 이 제품 저 제품 가리지 않고 매일 한 주먹씩 입속에 털어 넣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건강보조식품은 말 그대로 보조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품들을 치료약처럼 맹신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건강보조식품을 둘러싼 오해 탓이다. 생긴 것도 대부분이 알약 형태로 돼 있어 약처럼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건강보조식품들은 한인들이 신뢰하는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1990년대에 이런 제품들을 치료약처럼 규제하려는 몇 번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업계의 결사적인 로비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조식품은 안전성 및 효능과 관련한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팔리고 있다.
다만 FDA는 제품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에만 개입한다. 하지만 이것도 사용자들의 부작용 사례 신고 없이는 파악이 힘들다. 제조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것을 보고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규제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FDA에서 약품심사관으로 오래 근무해 온 한 한인은 “건강식품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하루 권장량의 수 배, 심지어 수십 배에 달하는 영양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FDA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별 제품으로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몸속에서 처방약과 섞일 경우 어떤 약리작용이 나타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종합 비타민제를 다량으로 장기 복용할 경우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를 비롯해 ‘과유불급 건강론’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결과들도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건강을 지키는 일에도 왕도는 없다. 운동 열심히 하면서 고루 음식 섭취하고 나쁜 습관 멀리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건강수칙이다. 건강도 건강이려니와 만만치 않은 가격의 건강보조식품 남용은 주머니 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오래 살게 돼 돈 들어 갈 일이 많아지고 정부의 복지는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판에 더욱 그렇다.
규제는 없고 경제적 이익은 가득할 때 부작용과 거품은 꼭 나타나게 돼 있다. 고삐가 완전히 풀려있는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지금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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