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만 있으면 감옥엘 갈 것이냐 또는 무죄 방면될 것이냐의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맞이하게 될 2004년 대선에서의 존 에드워즈 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겪고 있을 초조함이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나 이해할 수 있는 처절 그 자체일 듯하다. 2008년에 대선 후보 중 하나로 뛰다가 자기 부인 엘리자베스 여사가 암 투병 중 선거 진영의 비디오 촬영기사와 정사를 맺어 딸아이를 두었던 것이 발각되어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대통령 아니면 적어도 연방 대법원 판사직을 목표로 살아왔던 그에게 엄청난 나락의 순간이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죽어가던 아내에게 쫓겨나고 자녀들로부터도 배척받는 어쩌면 자업자득의 번뇌도 번뇌려니와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검찰로부터 선거기금 유용 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신세는 성공적인 변호사 출신으로 법정 속의 풍경에 너무나도 많이 익숙해 있을 그에게는 최악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TV 화면에 보이는 에드워즈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버드 법대 출신인 큰 딸 케이트가 항상 아버지 옆에 서서 법원을 왕래해왔던 바 에드워즈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도 하나 들리지 않는 듯한 무표정의 허공 응시일 뿐이다.
한동안 자기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그가 남부 특유의 좀 느릿하면서도 배심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달변으로 의료과실 등 개인 상해 사건들의 피해자들을 위해 몇 백만 불 내지 몇 천만 불에 달하는 판결을 수십 건 도출하여 자신도 백만장자가 된 다음 정치에 뛰어들어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던 게 1998년이었고 6년 후에는 부통령 후보가 되었었으니까 미국 정계의 총아 중 하나였었다.
노스캐롤라이나 법대의 1년 선배이던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으로 그가 성공 가도를 달려왔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불륜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아이 낳은 것까지도 감추고 암 투병 중인 부인을 철저하게 배반한 것은 전형적인 배은망덕의 예일 것이다. 불륜관계가 들통이 나면 대선 운동에 치명상을 입을까봐 유명한 강철왕 집안의 레이첼 멜론(101세)여사로부터 75만여달러, 또 얼마 전에 작고했다는 자기의 또 다른 지지자였던 텍사스 출신 변호사로부터 25만달러를 받아 그의 내연녀와 아이의 생활비 등으로 썼다는 것이 재판 이전부터 밝혀졌다.
그러나 에드워즈가 연방 선거 자금법을 어겼는가에 대해서는 검찰과 에드워즈 변호인들 사이의 해석이 엇갈린다. 애비 로웰이란 에드워즈의 수석변호사는 재판 진행 중과 최종 변론에서 에드워즈가 ‘거짓말쟁이’(liar)이며 ‘못된 남편’(bad husband)이란 표현을 자주 써서 방청객들을 조금은 의아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로웰 변호사는 자기 고객이 거짓말쟁이이며 못된 남편이지만 연방법을 어긴 범법자는 아니니까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검찰 측은 에드워즈의 불륜 행각을 감추는데 사용된 100여만달러의 돈은 그의 대선 운동을 돕기 위해 모여진 선거기금이며 한 사람은 75만달러, 또 한 사람은 25만달러를 냈던 것이 당시에 일인당 기부 한도액인 2,500불을 300배 내지 100배 초과한 것이니까 에드워즈는 선거 기부법을 어긴 중죄인이며 따라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한동안 에드워즈가 직접 증언하여 설득력에 있어서 뛰어난 그의 솜씨를 다시 볼 것 같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그도, 그의 딸도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그만큼 변호인단이 검찰의 증거 제시를 자기들의 반박으로 상쇄시킨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립적인 전문가들 중에도 에드워즈의 기소와 재판은 무리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노라고 큰소리를 쳐오면서 자기 정부와 둘 사이의 아이를 숨기기 위해 돈을 펑펑 쓴 모순된 이중성 등 그가 거짓말쟁이임에는 틀림없지만 연방법을 어겼다며 재판에 회부한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어쨌건 에드워즈는 무죄 평결을 받더라도 정치적 재기는 꿈꿔 보지 못할 정도로 추락된 상황에 처해 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재판소와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살면 그게 복이다. 그것은 형사 재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민사 재판의 경우에도 고소를 당하면 나쁘고 고소를 하더라도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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