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 논설위원>
직업 중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있어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존경을 받기에 합당하다고 하여 영어론 ‘Reverend’, 줄여서 ‘Rev.’를 붙여준다. 그 뜻은 ‘존경스러운~’. ‘존경받아 마땅한~’등으로 풀이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바로 성직자(聖職者)들이다. 성직자란 불교의 스님, 개신교의 목사, 천주교의 신부 등을 일컫는다.
그래서 미국 같은 나라에선 목사나 신부 혹은 스님들에게 최대의 혜택을 준다. 아무리 복잡한 주차공간에 돈을 넣지 않고 주차해도 시에서 발행된 성직자 신분증만 자동차 안에 보이게 놓아두면 티켓을 받지 않는다. 또 하이웨이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걸렸어도 성직자라고 밝히면 주의만 받고 그냥 보내주는 경우가 있음에 그들은 예외다.
이런 존경받아야 할 성직자들이 일반인보다도 못하여 세간의 지탄을 받는 일이 가끔 있다. 이번 한국에서 발생한 스님들의 도박 연루 사건이 그 한 예다. 승적을 박탈당한 한 스님이, 대한불교 조계종 간부 스님들이 호텔에서 밤새워 도박을 한 동영상을 검찰에 고발하므로 빚어진 이번 사건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온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도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시주했는데 그 보시를 불교종단의 지도급에 있는 스님들이 마구 도박에 흥청망청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듣기엔 억대 도박판이 벌어졌다고 하니 그 도박판이 어떤 판이었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가장 존경받아야 할 성직자들이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었으니 지탄은 당연지사다.
50년 혹은 60년 이상 성직에 머물다 은퇴한 성직자들인 원로성직자들이 젊은 성직자에게 충고하는 말이 있다. 명예와 돈과 여자다. 이 세 가지만 조심하면 평생 성직자로서의 직분을 잘 감당해 낼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해 준다. 명예의 유혹, 돈의 유혹,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성스런 길로만 걸었던 원로성직자들의 말이다.
몇 년 전 뉴욕에서 30여 년간 목회를 하여 가장 훌륭하고 목회 잘하는 성직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한 목사가 여자 문제에 연루되어 교단으로부터 징계와 벌칙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는 수천 명이 모이던 교회를 떠났고 작은 교회를 다시 시작했다. 허나, 다시 시작한 교회는 세간의 이목에 눌려 부흥을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자와 돈과 명예의 유혹은 어쩌면 성직자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가 유혹받는 것 중의 하나들이다. 여기서 여자란 이성의 대상이다. 여자들도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경우도 있음에 그렇다. 성직자 중에는 여자 성직자들도 있다. 불교의 비구니, 개신교의 여자목사, 천주교의 수녀들 같은 사람들이다.
인간의 본능을 자제할 수 있는 덕목이 남·녀를 불문한 성직자에겐 절대 필요하다. 그래야 존경받는 성직자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성직자(聖職者)가 아닌 성직자(性職子), 즉 성(性)을 직업으로 갖는 자식(놈)으로 둔갑할 수 있다. 하루하루를 십자가 지듯이 살아야 하는 게 성직자들의 삶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순간순간 자신을 쳐야만 한다.
데미안 드 베스테르(Damien de Veuster·1840-1889).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서 나병으로 격리된 나환자를 돌보다 문둥병에 걸려 죽은 천주교 신부다. 2009년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성직자의 표상 중 한 사람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이 바로 성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 아니던가. 자신을 죽여서라도 이웃의 아픔과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
손양원목사(1902-1950).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심한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 여순반란 사건 때 자신의 두 아들을 살해한 원수를 용서하여 자신의 아들로 삼았다. 6.25때 순교했다. 주기철목사(1897-1944).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신사참배에 반대하여 10년의 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르다 순교했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성직자가 아닐까.
한국 스님들의 도박판을 보면서 미국의 성직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한다. 미국에선 성직(聖職)의 탈을 쓴 성직(性職)자들은 없는지. 올챙이 한 마리가 우물 전체를 흐린다. 올챙이 같은 성직자(性職子)들 때문에 평생을 희생하며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갈 성직자(聖職者)들을 도매금으로 함께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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