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렸던 제 18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 한국 측이 제출 했던 동해/일본해 병기 주장은 성사되지 못 했다고 한다. 일본 측의 방해도 있었지만, 동해든 일본해든 당사국들 간 협의에 의해서 단일 명칭을 제시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5년 후에 열리는 다음 회의 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이제까지 한일 간의 주장이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별로 성과가 없는 것 같다. 이럴 때에는 방법을 달리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해/일본해 명칭 문제와 같이 인접국간의 분쟁에 대비하여, 또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 해결용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바다 명칭에 대한 기본 지침을 한국 측에서 주도하여 다음번 IHO 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첫째로, 대륙과 대양이 접할 경우 대륙 쪽에 있는 국가부터 인접 바다 명칭 부여의 우선권을 인정하자는 것을 제안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대륙의 경우 태평양과 접하면서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대양을 향하게 되는데, 중국 쪽부터 인접 바다 명칭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원칙을 정한다면 문제해결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고 보여 진다.
현재 중국의 동쪽에 있는 황해(Yellow Sea)나 동중국해(East China Sea)는 중국 측에서 명칭 변경을 원할 경우 우선권을 부여하고, 한국의 동쪽 바다에 대한 명칭은 한국 측에, 그리고 현재 아무런 이름이 붙어 있지 않는 일본열도의 동쪽바다는 일본 측에 우선권을 준다면 모든 국가들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반적인 원칙은 국제회의의 다수결 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둘째로는 일본해(Sea of Japan)나 필리핀해(Philiphine Sea)와 같이 어느 특정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는 내해를 연상시키는 이름들을 주변국들의 이의가 있을 경우, 공해 명칭에서 금지시키는 안이다. 과거 식민지통치 시절에 제정된 이름이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이름들을 관행이라 하여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원칙은 보편타당한 만큼 다수결 표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선 이 두 가지 지침 중 한 가지 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일본해란 명칭은 동해바다에서 자동 소멸될 것으로 본다. 새로운 바다 명칭은 잘 알려진 지역명과 동서남북 방향이 조합된 명칭이 가장 효과적이라 본다.
따라서 한국 측에서 한반도 동쪽바다 명칭 부여의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면, 동해의 새로운 명칭은 기존의 ‘East China Sea’나 ‘South China Sea’와 유사한 어감의 ‘East Korea Sea’(동 한국해)로 하여 동해와 한국해의 의미를 동시에 간직하는 이름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한반도내에서는 약칭으로 동해라 부르면 될것 같다.
또한 일본열도의 동쪽 바다는 ‘East Japan
Sea’로, 현재 ‘Philiphine Sea’로 되어 있는 필리핀의 동쪽 바다는 ‘East Philphine Sea’로 한다면 동부 태평양연안의 바다이름들은 일관성을 가지는 동시에 이름을 듣기만 해도 누구나 위치를 떠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명칭이 될 것이다.
이런 시도가 무산되고 다음회의에서 명칭 병기가 특별히 허용된다 하더라도 한국측이 이제까지 요구해온 동해(East Sea)/일본해(Sea of Japan) 보다는 한국해(Sea of Korea)/일본해(Sea of Japan)가 격에 맞고 기억하기가 수월할 것 같다. 동해/일본해라는 명칭은 지도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본의 동쪽바다로 오인할 소지도 있다.
바다명칭의 최우선 목적은 선박과 항공기의 항행에 참고하고 조난 시 조난지점의 위치를 신속 정확하게 알리는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름을 들었을 때 즉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면 좋은 이름이라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도 한국해/일본해 명칭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한국 측에서 앞으로 5년간 빈틈없이 준비하여 다음 기회에는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 더 이상 명칭 문제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신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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