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과 예수가 죽은 후 다시 살아난 부활절은 기독교에서 지키는 가장 큰 절기에 속한다. 그리고 예수의 탄생과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 사상 중 핵심이다. 성탄절과 부활절.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후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 부활절이 어떤 면에선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기독교를 오늘날까지 부흥 성장시킨 두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성탄절과 부활절은 축제의 절이다. 그러나 부활절은 성탄절에 없는 고난의 기간, 수난, 십자가의 처형과 죽음이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십자가와 죽음이 없는 부활이란 있을 수 없다. 즉 고난과 고통을 거치고 끝내는 죽음까지 간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 바로 부활의 축제다.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육체적 현상을 부활이라 한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날까. 과학적,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하다. 성서에 나와 있는 예수의 부활사건도 기독교를 신앙으로 가진 기독인들에게는 해당되지만 타 종교인들에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일수밖에 없다.이러한 사건을 믿는 것이 신앙이다. 신앙이란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겐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그것은 순교하는 사람들에게서 예를 볼 수 있다. 기독교 전래 후 약 2000년이 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 순교했다. 그렇게 순교까지 할 수 있는 믿음 속 가장 중앙에 위치한 신앙에는 예수의 부활 사상이 존재하고 있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소망과 믿음.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지닌 채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난 예수와 함께 영원히 천국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신앙이 기독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것은 그들에게 죽음까지도 불사한 순교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결국 부활의 사상에는 영원한 영생이 함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살아있으면서 맞이할 수 있는 부활은 없을까. 꼭 죽어야만 부활이 가능할까. 이 말을 바꾸면 우리네 생과 삶 속에서 역동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활 말이다. 죽은 후에 일어나는 부활의 현상은 믿음과 신앙에 맡겨 놓자. 죽음 후는 죽음 후로 놔두고 살아생전, 피부에 와 닿는 부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있다. 마음의 부활이다. 부활은 곧 죽음에서 다시 살아남의 육체적 변화를 뜻하지만, 마음속에서 변화를 일으켜 생활이 바뀐다면 그것도 일종의 부활이 되지 않을까. 미운 마음이 변하여 사랑하는 마음으로, 분노에 찬 마음이 변하여 잔잔한 마음으로,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변하여 존경의 마음으로, 불평불만의 마음이 변하여 감사의 마음 등으로 변하는 것.
이러한 작디작은 마음이 변화되어 결국 총체적인 자신의 삶 전체가 완전히 변화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부활이 되질 않을까. 천국이란 죽음 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생전에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을 우리 마음이 변화되어 천국 삼아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이미 부활된 삶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또한 죽음이란 반드시 육체적 죽음만이 죽음은 아니다. 마음이 죽은 것도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 마음에 소망의 빛이라곤 한 줄기도 비추어지지 않은 상황. 가족과의 단절로 좌절과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 빚더미에 쌓여 도저히 헤어 나오기 힘든 경제 불안의 사람들. 관계를 잃어버리고 독야청정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독한 사람들 등.
이렇듯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좌절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마음의 부활. 그 부활의 조건이 신앙일수도 있고 경제적 풍요일수도 있고 정치적자유일 수도 있다. 조건이야 어떻든 그들에게 닥친 좌절과 고통과 절망이 변하여 희망의 삶이 될 수만 있다면 진정 그들에게 이 땅은 천국이 될 것이다.
내일이 부활절이다. “예수 부활하셨네~할렐루야!” 예수 부활의 찬양이 온 교회에 울려 퍼질 것이다. 부활은 교회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온 사회가 부활하고 온 세상이 부활해야만 한다. 그것은 마음의 부활이다. 악의 모습에서 선의 모습으로, 좌절에서 소망으로 변화된 생활의 참 부활이다. 그래야만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으로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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