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20캐럿 나가는 다이아몬드, 아니면 방이 30개가 넘는 호화 궁전, 아니면 수십억 달러의 돈. 다이아몬드와 궁전과 돈, 나름대로 귀한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자신의 생명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목숨이다. 한 사람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명 다음으로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일까. 생명을 유지시켜나가는 생이다. 생이란 무엇인가. 목숨이 생명 되게끔 이어져 나가는 삶의 연속이다. 삶이란 또 무엇인가. 한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 호흡하며, 먹으며, 자며, 관계를 가지며,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엔 희로애락과 생사화복이 있다. 지난 3월26일 인도 뉴델리에서 티베트 망명자 중 한사람인 27세의 잠파 예시(Jampa Yeshi)란 청년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활활 타들어가는 몸을 이끌고 달려 나가는 그의 모습이 AP를 비롯해 전 세계 언론에 공개됐다. 98%이상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그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의 분신자살은 자신의 조국인 티베트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에 있다. 1950년 10월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침공 점령된 티베트는 중국의 지배를 받는 나라다. 그가 분신한 날은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5개국경제정상회의 참석차 인도에 오는 것에 반대한 시위집회 중이었다. 지금까지 티베트독립을 위해 분신한 사람은 잠파 예시를 포함해 29명에 달한다. 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 봉재공장 출신의 노동운동가 전태일(1948년생)이 평화시장 앞에서 온 몸에 휘발성 기름인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이 날은 학대받는 노동자들
이 노동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시위 날이었다. 그는 “배가 고프다”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치며 죽어간 전태일의 죽음은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 존중을 수 십 년이나 앞당긴 계기가 됐다. 그리고 국가와 자본가들이 결탁해 착취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단체와 양식 있는 사람들이 나서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구조적 악에 대한 종교계의 방심에 반성을 일으키는 통로가 됐다. 분신자살. 얼마나 뜨거울까. 상상 할 수가 없다. 몸에 조그만 화상을 입어도 온 몸이 쑤시듯 아프고 열이 나는데 기름 뿌린 상황의 온 몸 구석구석에 불이 붙은 상태니 그 고통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의를 위해 분신하는 사람들. 분신 후 얼마 안 있어 고통이 없는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래도 당사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가족과 특히 부모의 마음은 어찌하랴. 천하보다 귀한 자식의 생명과 목숨이 불이 되어 사라지는 그 광경을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나. 기름 붓고 불붙이면 탈 수밖에 없는 우리네 몸이니 속수무책이다.
필라델피아의 한 사찰에 두 손가락을 불에 태운 연비의식을 행한 스님이 있다. 연비의식이란 스님들이 득도식을 하거나 재가불자들이 오계를 수지할 때 팔뚝의 일부분이나 손가락을 불로 태우는 불교 의식이다. 그 스님은 지글거리며 타들어가는(약 2시간정도) 손가락을 보면서 죽음의 문턱을 수만 번 오르내리며 까무러치기를 수없이 했다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귀한 생명을 의를 위해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들에겐 뭔가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그 다른 무엇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고통을 감수하면서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그 무엇. 그것은 믿음을 가진 희생이 담긴 마음이 아닐까. 자신을 불태워 목숨과 삶까지도 버릴만한 마음의 신앙.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또 우긴다. 한심하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그 석류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변영로의 논개). 왜장 게야무로를 끌어안고 목숨을 버린 논개. 그녀는 갔다. 하지만, 참파 예시가 조국 티베트를 사랑한 것 같이 논개의 나라사랑한 마음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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