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가주에서 열린 칼스테이트 계열 학생들과 대학 관계자들의 토론장에서 재밌는 통계가 제시됐다.
결혼한 부부와 12학년 학생 및 14세 자녀 두 명이 있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이 13만달러 일 때 12학년생 자녀가 칼스테이트 계열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했을 경우 부담해야 할 학비가 수업료와 기숙사 비용, 교재비 등을 합해 연 2만3,000달러라며, 이는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3만6,305달러 중 실제 부담하는 1만7,000달러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UC 계열의 모 캠퍼스는 3만3,000달러라는 엄청난 재정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산층 가정이 겪고 있는 부담을 수치상으로 비교해 칼스테이트 계열보다 하버드에 가는 것이 훨씬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조소 섞인 통계 제시였다. 그만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의 학비인상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학비인상은 이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월 UC 데이비스가 발표한 UC 계열 학비 변동 통계를 보면 더욱 이해가 쉽게 간다.
1999년 이후 2011년까지의 학비 변동을 보면 2,000달러 이하였던 학비는 2000년까지 약 10년간 34%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의 10년은 가히 살인적이어서 무려 220%가 뛰었다. 완만한 상승세에서 2000년대 들어 수직 상승한 화살표가 담긴 그래프 한 장만으로도 학비 인플레가 실감난다.
이같은 상승이 전국적인 현상이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연방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학비는 이미 2008년을 기점으로 미 전국 상위 25%에 해당하는 대학들을 넘어섰고, 칼리지 보드가 조사한 2011-12학년도 인상률에서도 미국내 주 가운데 최고인 20.5%를 기록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학비의 상당 부분이 고스란히 채무로 남는다는 것이다. 졸업한 뒤 취업을 해도 결국 이 부채를 갚기 위해 또다시 고난의 시간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오클랜드에 위치한 학생 부채 연구기관인 ‘프로젝트 온 스튜던트 뎁트’(Project on Student Debt)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고 명문 10대 사립대 졸업생들의 부채가 주립대 졸업생들의 부채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유명 사립대의 경우 재정이 탄탄해 우수한 인재들에게 상당한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전국 대학랭킹 선두를 달리는 명문사립 프린스턴 대학 졸업생의 25% 이하가 부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칼스테이트 이스트 베이 졸업생의 40%, 샌호제 스테이트 졸업생의 45%, UC 버클리의 41%가 부채를 떠안은 채 사회에 진출한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렴한 학비에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온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의 재정난이 문제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캘리포니아의 경제를 탓해야겠지만, 묘안도 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 이해해 주어야 하는 걸까.
이런 와중에 칼스테이트는 최근 23개 캠퍼스가 재정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2013년 봄학기 학생선발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하루 만에 칼스테이트 이사회가 20일 두 개 캠퍼스 총장의 연봉인상을 결정했다.
이 인상이 확정된다고 해서 칼스테이트 재정에 중요한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공부기회마저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대학당국의 이런 결정은 당연히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설령 그것이 불가피한 것이었더라도 현재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부담을 생각한다면 시기와 방법이 너무 나빴다. 고등교육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단 순간에 배신감으로 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을 조금 늦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솔직히 너무 얄팍한 행동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벌써 몇 년째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오고 있는 캘리포니아 고등교육 시스템이 도대체 언제까지 흔들릴지 예측불가라는 사실이 더욱 답답하다. 이러다 설립 근본 취지마저 실종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보다 적은 학비를 부담하면서 그에 못지 않은 교육을 제공해 온 주립대가 하루속히 제자리를 잡아 캘리포니아 거주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황성락 특집 2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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