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미 FTA가 발효되어 양국이 무역증진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이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고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이미 발효된 한미 FTA를 폐기시키겠다며 이를 총선의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FTA 폐기는 애국인가 아니면 매국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매국’이라고 본다.
한미 FTA는 현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2006년 6월5일 조지 부시 행정부와의 첫 협상으로 시작되었다. 그후 수많은 협상 끝에 2007년 4월2일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협상타결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였고, 그후 미비한 점들을 보충하여 2007년 6월30일 양국의 협상대표가 가서명하였다.
협상 타결 이후 한국에서는 2008년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였고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20일 취임하였다. 양국 모두 전 정권이 협상 타결한 자유무역협정을 인계받아 각기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했다. 오바마 정부의 요구로 자동차를 포함한 제반 분야에 대해 추가 협상을 하고 2010년 12월3일 추가협상이 타결되었다.
그 후 약 11개월이 경과한 2011년 10월12일 미국의 상원과 하원이 한미 FTA를 비준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이 10월21일 한미FTA 이행법안에 서명하였다.
한국에서는 2011년 11월22일 국회가 한미FTA를 비준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이 11월29일에 서명하였다. 관세인하, 원산지 규정 등 FTA 실행에 필요한 절차를 양국이 끝내고 드디어 15일부터 발효하게 되었다.
한미 FTA를 시작한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한국의 노무현대통령 그리고 어렵게 의회의 비준을 받아 이 협정을 끝마치고 실행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께 감사의 뜻을 보낸다.
WTO(세계무역기구)에 의하면 현재 393개의 지역무역협정이 협상 중이거나 타결되어 있고 이중 214개가 발효되어 실행되고 있다. 90%가 자유무역협정(FTA)이고 10%가 관세동맹 (Customs Union)이다.
세계 무역의 50%가 자유무역 협정국 간에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은 25%가 협정국과 이루어지고 있다. 15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WTO를 통한 무역자유화가 회원국들 간의 이해상충으로 답보상태에 처해 있어 양국 간 또는 다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무역증진을 추구하는 것이 현재 국제무역의 추세이다.
한국 상품에 대한 미국관세가 낮고 미국 상품에 대한 한국관세가 높아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이 유리하고 한국이 불리하다고 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관세철폐 효과는 관세율과 시장크기를 곱한 수치이다.
IMF(국제통화금융)가 발표한 2010년 각국의 국내총생산 (GDP) 에 의하면 미국의 GDP는 한국의 14배이다. 예로 미국의 승용차 관세 2.5%를 14로 곱하면 35%가 된다. 한국의 승용차 관세 8%보다 훨씬 크다.
더 나아가 한국 총생산의 70%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이고 수출하면 당연히 수입도 해야 한다.
세계에서 단일 국가로 가장 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관연 애국인가 매국인가 묻고 싶다. 그리고 한국이 맺은 FTA 중 가장 큰 유럽연합 (EU)과의 FTA에 대하여는 왜 철폐주장을 하지 않는가? 그러면 한미 FTA 철폐 주장은 반미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누구를 위하여 반미를 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 야당이 여당일 때 시작하였고 협상타결하여 가서명까지 한 협정을 이제 와서 다시 정권 잡으면 폐기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 정권이 외국과 맺은 협정을 차기 정권이 마음대로 폐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협정은 한 정권에만 적용되는 한정된 협정이 아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 맺은 협정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것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국익에 반하는 것도 마다 않는 정치싸움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청광/ 퍼시픽 스테이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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