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선거구 재조정이라는 이슈 속에 심한 몸살을 앓아 왔다. 물론 지금도 다 끝이 나지 않았다면서 세 규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이제 그 싸움은 끝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구 단일화를 위해 한인사회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한 목소리로 뭉쳤던 이번 캠페인의 총체적인 결산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평가로는 얻은 것이 있는 만큼 잃은 것도 있다는 것이 한인사회가 보는 시각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한인들의 목소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주류 사회인들에게 확실하게 보여 준 것은 값진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번에 선거구가 단일화될 가능성은 낮아진 만큼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계속 목소리를 높인다면 커뮤니티와 시의회의 관계만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렇게 끝을 내려면 처음부터 시작을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들도 있다. 이는 어쩌면 몇몇 사람의 이해관계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선거구 단일화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우리는 배운 것이 많이 있다. 우선 1차, 2차 선거구 재조정 초안이 나오면서 이런 선거구 지도는 한 두 선거구만을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한 쪽이 구역을 변경하게 되면 또 다른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변화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이 선거구 재조정을 추진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인구통계 역시 선거구 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이번에 배웠다. 우리 한인들이 60만이네 70만이네 하면서 내놓은 인구 수는 그야말로 허구에 불과 했음이 이번에 다 밝혀졌다.
아울러 이 사회는 우리 한인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주류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 한인들은 그들에게 있어 너무도 미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막강한 힘을 뭉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얻은 결실은 미미했다. 우리가 믿었던 힘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허구에 불과 했다. 혹시라도 유태인 커뮤니티나 흑인 커뮤니티가 그만큼 힘을 뭉쳐 캠페인을 벌였다면 결과가 어떠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이 억울하면 이제라도 우리는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소수계로서 한인사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 못지않게 주류사회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시의회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주류사회와 싸움으로 일관하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그만큼 힘을 잃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우선 2020년에 있을 인구조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이 없이 센서스에 참여를 해야 하고 우리 한인들 모두 시민권을 따두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시민권을 땄으면 다음 순서는 유권자 등록을 마치는 것이다. 유권자 등록을 마쳤으면 이에 따른 투표 또한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음 기회에 선거구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적 준비 작업이다.
아직도 선거구 재조정을 위해 끝까지 싸우자는 주장이 있다. 강한 것도 좋지만 우리는 주류사회 사람들로 부터 좋은 평판을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로 부터 인정 받고 사랑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시민운동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이제 커뮤니티의 리더들은 선거구 재조정 진행 과정을 차분하게 정리해 보고 이성적으로 다음 순서를 생각했으면 한다. 리더로서 이러한 자질을 갖추는 것은 각자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이미 물 건너 간 일을 두고 끝까지 싸우기를 원하는 그룹은 그 힘을 조금 더 생산적인 일에 썼으면 한다.
예를 들어 제13지구 시 의원자리가 곧 공백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 자리에 우리 한인을 앉혀 보면 어떨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정치력 신장일 것이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힘을 모아보자.
이창엽/ 한인타운 개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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